한국수력원자력이 최근 이사회를 열고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부지 안에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선폐기물)를 임시 보관하는 건식 저장시설을 짓기로 결정했다. 원전 가동 후 나오는 폐기물을 수조의 물로 식히는 기존 저장소의 포화 상태가 임박해 추가 저장시설 마련이 시급했다. 고리 원전에 들어설 건식 저장시설은 어디까지나 ‘임시 방편’일 뿐이다. 원자력 발전이 지속되는 한 사용후핵연료 처리장이 있어야 하는데, 국내엔 중간 저장시설이나 영구 폐기장이 없다. 정부도 아직까지 원전 부지에 임시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를 언제까지 영구 처분시설로 옮긴다고 명확히 밝히지 않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원전이 있는 지역에선 원전 부지가 장차 핵폐기물 영구 처분장으로 바뀔 것이라는 주민 우려와 반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친(親)원전’으로 에너지 정책을 전환했고, 원전 가동이 증가하면서 폐기물 임시 저장소의 포화 시점이 더 당겨질 수밖에 없다. 이를 둘러싼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방지하려면, 국회에서 논의 중인 ‘사용후핵연료 처분을 위한 특별법’에 언제까지 영구 폐기장을 확보하겠다는 내용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법에 명시해야 지역 주민들은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소가 영구 처분장으로 변질되지 않는다고 안심할 수 있다. 이런 주민들의 믿음이 있어야 영구 처분장 건설 문제가 원만히 진행될 것이다. 이젠 정부가 앞장서서 사용후핵연료 영구 처분장 건설을 법으로 약속해야 할 시점이다. 차일피일 미루는 게 능사가 아니라 더 많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미 영구 처분시설 건설에 들어간 핀란드·스웨덴 등과 협력한다면, 우리나라가 머지않아 영구 처분장을 운영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