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는 좁은 공간에 한꺼번에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발생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고 당시 1㎡당 최소 8~10명의 인파가 몰려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사망자 상당수가 흉부 압박 질식사였다. 미국국립표준국 실험에 따르면 밀집된 인파가 서로 기대거나 밀어내 발생하는 수평력은 ‘압축성 질식’을 유발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1㎡당 4~5명만 초과해도 혼란이 발생하고, 8~10명 정도 밀집되면 숨을 쉴 수 없어 기절하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핼러윈 행사가 진행되는 이태원의 공간적 특성과 인파에 대해 고민을 했더라면 압축성 질식사고 가능성은 예견할 수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군중 안전 관리 기준를 정비해야 한다. 이번 사태와 같이 인파가 집중될 것이 예견된 경우, 행사 주체가 없더라도 지자체 등 재난 관리 행정 주체가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관리하도록 하는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 선진국에선 인파가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행사장에 라이선스를 갖춘 군중 관리자를 배치하고, 밀도가 높아지기 시작하면 해당 지역으로 들어오는 인파 흐름을 늦추거나 멈추도록 통제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동통신사의 위치 데이터를 통해 군중 밀집도를 산출, 이를 인파 관리에 활용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 재난 발생 후 수습을 위해서만 기준을 정비할 게 아니라, 예방적 차원에서 재난 관리 체계를 재검토하고 정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필자는 19년 전 대구 지하철 화재 당시 재난 대응과 응급 의료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도 안전 관리 소홀, 중증도 분류와 적절한 환자 분배 문제, 현장 통제 문제가 개선되지 못하고 반복됐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된다. 재난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