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경제는 물가와 금리, 환율이 동시에 오르는 3고(高)로 인한 복합 위기 국면에 진입했다. 각종 경제지표가 위기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우리 경제의 근본 문제는 전통적 산업 체질이 직면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데 있다. 지난 십수년간 보수와 진보 정권이 번갈이 집권하면서 각종 경제정책을 시행했지만 한국 경제의 근본적 문제인 장기 성장률 하락 추이를 돌려 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고도 성장기를 이끌어온 대규모 상품 제조·수출형 모델은 수명을 다했다. 또 압축 성장으로 인한 경제·사회적 과밀 구조로 인해 대기업·중소기업의 수직 계열화된 산업구조에서 자생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문제가 되었다.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은 수출 증가가 내수 확대·투자로 연결되는 낙수 효과가 없어지면서 국가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권으로 부상한 반면 국내에선 대·중소기업 간 격차가 확대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장기 저성장 문제 극복을 위해 시효를 다한 상품 제조·수출형 산업 모델을 지식서비스 산업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 첨단 지식 서비스 분야에서 글로벌 비교 우위를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또 국내 전통 산업의 과밀 구조를 해소하는 개혁을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내 공급 과잉 설비·인력의 출구를 만들어야 하는데, 개방 경제인 한국은 세계로 진출하는 통상 모델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한국의 압축 성장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신흥국으로 진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과잉 설비·인력을 신흥국으로 이전, 해당 국가에 필요한 제품을 생산해 현지에 공헌하는 동시에 우리의 일자리도 창출하고 경제성장도 하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