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급속한 기술·사회 구조 변화에 대응하고자 다양한 인력 양성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지만 정작 기업은 전문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대학이 기업에서 요구하는 전문 인력을 제대로 길러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먼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이 동원되는 복잡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려면 학문적 경계를 아우르는 융합 교육이 필요하지만 경직된 대학 조직이 발목을 잡고 있다. 기존의 학과 단위에서 제공하는 교과목으로는 기업의 전문 분야에 대한 이해와 함께 클라우드 컴퓨팅, 증강·가상현실, AI 등 첨단 기술을 동시에 가르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 대학은 문제를 단순화해 기초 원리를 파악하는 연구를 주로 수행하는 반면, 기업은 복잡한 현실 세계에 활용 가능한 연구를 필요로 한다. 결국 기업은 신규 채용 인력 재교육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이게 된다. 각 기업의 정보 보안 문제도 기업·대학 간 협력을 어렵게 한다. 대부분의 기업은 자체 개발 기술 및 공정 데이터 유출을 우려해 대학에 기술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제2의 반도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는 배터리 분야에 전문 인력이 1810명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국내 대학에 배터리 분야 전문 인력 양성 기관이 없는 실정이다. 배터리 업체들이 세계 각국에 신규 공장을 증설하려면 지능형 생산 공장인 스마트 팩토리가 필요하지만 전문 인력 부족이 사업 확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려면 정부 주도의 획일적 프로그램 대신 대학과 기업이 협력하는 민간 주도의 맞춤형 전문 인력 양성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