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6일 술에 취한 이용구 법무차관의 택시기사 폭행장면/SBS캡쳐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 사건 축소·은폐 의혹’을 진상 조사한 경찰이 일선 실무자만 문책하는 수준에서 조사를 마무리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폭행 사건을 내사 종결한 서초서의 담당 수사관은 이 전 차관이 택시 기사의 멱살을 잡고 욕설하는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도 택시 기사에게 “안 본 것으로 하겠다”며 사건을 덮었다. 서초서 관계자들은 폭행 사건 가해자인 이용구 변호사가 공수처장 후보자로 거론되는 인물이라는 것을 파악하고도 서울경찰청이나 경찰청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하지만 경찰청 범죄수사규칙에는 ‘저명 인사, 판·검사, 변호사 등의 범죄가 발생 또는 접수될 경우 시·도 경찰청장에게 신속하게 보고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도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해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찰 진상조사단은 관련 인사 90여명을 조사한 결과 외압 정황은 없었다고 했지만, 이 전 차관의 통화 내역 중에는 법무장관 보좌관 등과 통화한 기록이 남아 있다. 사건 은폐 외압은 없다고 하지만 여러 의문점이 여전히 남는다.

우리 사회는 출세주의·보신주의 등으로 가치가 혼란되어 있다. 이럴 때일수록 경찰은 비판적인 관점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공적 책무를 다하겠다는 소명 의식이 필요하다. 특히 경찰은 올해 검경(檢警)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수사 권한을 대폭 가져왔다. 독립적 수사권을 행사하는 권한이 커진 만큼 의무도 커졌다. 정의와 공정을 구현하지 않으면 경찰은 존재 의의를 상실한다. 실추된 신뢰를 국민에게서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안 본 걸로 하겠다’가 아니라 ‘살아있는 법’ 역할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