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령 괌에 이주한 지 30년이 넘었는데 요즘같이 호텔과 바닷가가 썰렁한 것은 처음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적인 관광지 괌은 마치 태풍이 지나간 듯 적막하다. 호텔 방이 비어있으니 괌 인구의 40%가 넘는 관광업 종사자들의 마음도 스산하다. 4000여 명의 한국 교민 중 이삿짐을 싸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5월까지 미국 모든 성인에게 접종할 수 있는 분량의 백신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괌의 경우 백신을 우선 할당받아 다음 달이면 접종 대상자의 절반 이상이 접종을 마치게 된다. 괌은 미국 내에서도 가장 빨리 집단면역이 형성돼 ‘코로나 청정 지역’이 될 것이다. 괌 주지사는 오는 5월 1일을 기해 입국 금지 조치를 해제하고 해외 관광객에게 괌을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5일 이하 머무르는 단기 관광객에게는 자가 격리를 시키지 않을 계획이다. 하지만 괌 여행을 마친 여행객이 한국에 돌아왔을 때, 2주 자가 격리를 하게 하면 괌 주지사의 초청은 공허한 독백으로 끝날 수 있다.

한국은 작년 5월부터 중국, 아랍에미리트,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일본, 베트남 등과 ‘기업인 특별입국절차’에 합의해 양국 기업인들이 입국 후 자가 격리 없이 바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인에게 적용되는 이런 조치를 백신 접종률이 높아 조만간 코로나 청정 지역이 될 미국령 괌을 첫 시험 무대로 삼아 해외 여행자 격리 면제 혹은 완화 시범 실시 지역으로 삼으면 어떨까. 이런 조치가 시행되면 여행 업계도 살리면서 안전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같이 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