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가진 대공(對共) 수사권을 경찰에 넘기는 내용을 담은 국정원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원의 대공 기능을 폐지해 있으나 마나 한 기관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 문 정부는 출범 이후 국정원을 적폐로 몰아 전·현직 국정원 간부·직원을 대거 재판에 넘겼다.
국정원의 대공 수사 기능을 경찰에 이관할 경우 과연 경찰이 국정원을 대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북한의 대남 침투는 1970년대 이후 제3국 우회로 변경됐다. 북한이 보내는 간첩의 절대다수가 외국을 경유하며, 국내 잠입 후에도 국내외를 오가며 활동한다. 이를 추적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해외 정보망이 경찰에는 구축돼 있지 않다. 또 간첩 혐의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합법과 불법 사이를 오가는 일을 하고, 때로는 외교적 마찰이 빚어질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공개된 조직인 경찰이 이런 일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가 안보를 위해 때때로 ‘더러운 일’을 비밀리에 수행하는 조직도 필요하다. 국정원이 오랫동안 축적해온 대북 공작 네트워크, 통신·과학 장비, 암호 해독 노하우 등도 경찰이 하루아침에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다. 미국이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을 따로 운영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서훈 전 원장도 국회에서 “간첩을 가장 잘 잡을 수 있는 기관이 어디냐”는 질문에 “국정원”이라고 답변했다. 국군기무사령부에서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이름을 바꾼 군 조직도 대공 활동을 중단하고 군 범죄만 다룬다고 한다. 국가 안보 시스템이 통째로 허물어지고 있다. 이렇게 대공 수사 기능이 축소되면 간첩 잡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국가 안보는 위태로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