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수원지검 근처 편의점 앞에 있는 민주당 전용기 의원. /유튜브 캡처

영화 ‘살인의 추억’ 명장면 중 하나로 ‘현장 검증’이 꼽힌다. 현장 검증에선 증거 확보를 위한 현장 보존이 중요하다. 그러나 시체 주변에선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고, 결정적 증거가 될 수도 있는 발자국 위로는 동네 할아버지가 몰던 경운기가 지나갔다. 영화는 무능과 무지로 범죄 현장이 오염되는 상황을 이렇게 그렸다. 형사들조차 논두렁에서 미끄러지자 송강호는 “논두렁에 꿀 발랐나”라며 탄식했다.

▶2003년 법원에선 승용차로 옮길 수 있는 ‘돈의 무게’를 측정하는 현장 검증이 있었다. 현찰 50억원을 실은 자동차로 4차례에 걸쳐 200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정치인의 변호인은 “현금 50억원을 실은 국내 자동차는 언덕길을 올라가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우선 은행에서 빌린 현찰 5억원 박스를 만들었고, 나머지는 같은 무게의 복사 용지를 담은 박스를 준비했다. 570㎏ 박스를 실은 승용차는 언덕길을 무리 없이 달렸다. 피고인에겐 치명적인 현장 검증이었고, 결국 판결은 유죄였다.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직후 정치인들이 앞다퉈 현장에 갔다. 당시 여당 당 대표는 검게 그을린 쇳덩이 2개를 들며 “이게 포탄이네. 이게 떨어졌다는 건데”라고 했고, 장성 출신의 다른 의원은 “이건 76㎜ 같고, 이건 아마 122㎜ 방사포 같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건 포가 아니라 보온병이었다. 야당 소속 시장은 포격을 맞은 구멍가게를 찾았다. 그는 술이 담긴 소주병을 들어 보이며 “야, 이거 완전히 폭탄주네”라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은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

▶ 9일 수원지검 앞에선 이른바 ‘연어 술파티’ 의혹을 규명하겠다는 국회의원들의 현장 검증이 있었다. 민주당 박성준 특위 간사는 수원지검에서 150m 떨어진 편의점을 찾아 “(소주 등) 1만2100원을 카드로 끊는 장면을 시연하겠다”며 안으로 들어갔다. 좁은 가게 안으로 정치인들이 몰려들자 편의점주는 “장사도 안 돼 지금 밥 굶는데. 팔지 않을 거니까 나가세요, 나가”라고 소리쳤다. 민주당에겐 연어 술 파티용 소주를 구입한 범죄 현장으로 보였겠지만, 편의점주에게는 생계를 위한 민생 현장이었다.

▶야당 의원들이 “민주당 의원들이 야단맞고 있다”고 하자,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주인이)검찰 편이니까 그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야당이 “무슨 소리냐”고 하자 그는 “검찰청 앞이니까”라고 답했다. 검찰청 앞 편의점주라서 검찰 편이면 경찰청 앞 편의점주는 경찰 편인가.

일러스트=이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