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튀르키예 지진 현장에 구조 대원이 가방처럼 생긴 장비를 들고 나타났다. 마이크로파 레이더로 지진 잔해에 갇힌 실종자의 심장 박동을 감지하는 장비였다. 2010년 아이티 대지진 이후 나사(NASA)가 원거리 물체의 미세한 움직임을 포착하는 우주 탐사용 레이더 기술을 적용해 개발했다. 수m 두께 콘크리트도 투과할 수 있어 심장 박동과 호흡까지 탐지할 수 있다.
▶이를 훨씬 뛰어넘는 탐지 기술을 미군과 정보당국이 이란에서 사용했다고 뉴욕포스트가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추락한 미 전투기 조종사의 심장 박동을 ‘고스트 머머(Ghost Murmur)’라는 극비 기술로 탐지했다는 것이다. 극도로 약한 신호까지 포착해내는 최첨단 ‘양자 센서’가 활용됐다고 한다.
▶심장은 박동할 때마다 미세한 전기 신호를 발생시킨다. 전기가 흐르면 자기장이 형성돼 심장 박동이 아주 미세한 자기장을 만들어내는데, 이를 측정하는 기술이 자기 심전도다. 최근에는 이처럼 매우 미세한 자기장을 더 정밀하게 감지하는 ‘양자 센서’가 개발됐다. 나침반 바늘이 지구 자기장에 반응하듯, 원자 속 전자의 상태 변화로 외부 자기장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이 양자 자기 계측 기술이 이번 미 조종사 구출 작전에 사용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십㎞ 밖의 조종사 심장 박동을 감지했다는 보도에는 과학계도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심장의 자기장은 매우 약해 센서를 가슴 가까이에 댄 상태에서나 간신히 감지할 수 있을 정도다. 물리 법칙에 따르면 자기장의 세기는 거리의 세제곱에 반비례해 급격히 줄어든다. 예컨대 심장에서 약 10㎝쯤 떨어진 가슴 표면 부근에서 측정되던 신호는 1m만 멀어져도 1000분의 1 수준으로 약해진다. 양자 센서가 아무리 민감해도 몇㎞ 이상 거리의 신호를 잡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야생동물의 심장 박동이 내는 자기장과 지구 자기장이 뒤섞인 환경에서 인간의 신호만 가려내는 것도 어렵다.
▶반면 이란의 황무지 산악 지대 특성상 방해 요소가 적어 미세한 자기장을 포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반박도 있다. 감지 거리의 한계를 드론 등 저고도 비행 센서로 극복했을 것이라는 설도 나온다. 심지어 심장 박동을 직접 찾은 게 아니라, 지형의 자기장 지도를 이용해 미세한 자기 왜곡을 포착하는 기술로 위치를 특정했을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비약적 기술 도약이 극비로 구현된 것인지, 기술력을 과장하는 기만 전술인지는 알 수 없다. 사실과 과장을 정교하게 뒤섞는 것, 그것 또한 전쟁의 기술이다.
곽수근 논설위원·테크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