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 북한 응원단이 쓴 가면 얼굴이 김일성이냐를 놓고 논란이 있었다. 김일성 젊었을 때와 닮았다는 것이다. 당시 탈북 외교관은 “북에서 신(神)보다 더한 존재가 김일성인데 얼굴에 눈 구멍까지 뚫은 가면을 응원 도구로 쓸 수는 없다”고 했다.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에서 북한 응원단이 비 맞는 ‘김정일 사진 현수막’을 보고 “태양처럼 모셔야 할 장군님 사진이 젖는다”며 울고불고했던 장면을 떠올리면 그 분석이 맞는 것 같았다.
▶한국에 온 탈북민이 김씨 일가의 이름을 부르거나 비판하는 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태어나서부터 수령·당·주민이 하나의 생명체라고 세뇌 당하기 때문에 김정은에 대한 부정은 자아 부정으로 이어진다. 불만을 드러냈다가 가혹하게 처벌 받는 주변을 보면서 공포가 무의식에 뿌리 내린다. “머리로는 욕해도 된다는 걸 아는데 입이 안 떨어진다”는 것이다. 지독한 가스라이팅의 결과다.
▶김일성 부모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부친은 기독교 학교에서 교사 생활도 했다. 그래선지 김씨 일가의 신격화 작업엔 기독교 영향이 서려있다. 북한 주민은 성경처럼 김씨 어록을 매일 학습하고, 십자가처럼 집집마다 김씨 사진을 걸어둔다. 김씨 동상은 예수상이나 성모 마리아상처럼 많다. 문화대혁명 광풍 때도 마오쩌둥 어록이 성경처럼 이용됐고 중국 전역에 마오 상징물이 깔렸다. 김씨나 마오를 비판하는 것은 ‘신성 모독’의 죄책감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북한 요원이 주요 IT 기업에 위장 취업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색출하는 방법이 소셜미디어에 공개됐다. 온라인 면접에서 “김정은 욕을 해보라”고 하면 북한 요원일 경우 예외 없이 침묵하다 연결을 끊는다고 한다. 아무리 연기 훈련을 해도 뇌에 새겨진 종교 수준의 금기는 깨기 어려운 모양이다. 무슬림에게 돼지고기를 먹으라고 하고, 육류와 유제품을 같이 먹지 않는 유대인에게 스테이크와 우유를 한 입에 넣으라는 것과 다름 없는 판별법이다.
▶17세기 일본 에도 막부는 기독교인을 색출해 탄압하려고 ‘후미에’를 했다. 예수나 성모 마리아 모습을 새긴 목판 등을 놓고 밟으라는 것이다. 이를 거부한 수많은 기독교인이 순교했다. 일부는 ‘후미에’를 했지만 불상 밑에 십자가를 숨기거나 보살상을 성모 마리아처럼 만드는 방법으로 신앙을 몰래 지켰다고 한다. 북한 공작원이나 과거 주사파 중에도 ‘후미에’를 한 것처럼 꾸미고 여전히 김씨 일가를 추종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