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무료로 타고 싶다면? 정류장에 있는 자판기처럼 생긴 기계 앞에서 앉았다 일어나기, 스쿼트 10회를 하면 된다. 기계가 횟수를 인식하고 10회 하면 무료 승차권을 발급해 준다. 멕시코는 OECD 국가 중 미국 다음으로 비만율이 높은 나라다. 탄산음료 소비율이 아주 높아서 성인 비만율이 34%에 이른다. 이에 비만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스쿼트 운동 인센티브까지 실시하는 것이다.
▶비만은 선진국보다 중저소득 국가,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에서 높은 비율을 보인다. 비만의 양극화다. 저소득층이 주로 값이 싸고 열량이 높은 가공식품을 먹다 보니 생기는 문제다. 소득이 높을수록 자기 관리할 시간과 돈도 여유가 있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건보공단 발표에 따르면, 서울 금천구의 지난해 비만율은 8.6%로 서울 25개 구 가운데 가장 높았다. 같은 서울인데도 상대적으로 평균 소득이 높은 서초구(4.8%)의 1.8배에 달했다.
▶일본 오키나와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세계 1등 장수촌’으로 꼽혔다. 요즘 오키나와는 일본에서 비만율 상위권인 ‘비만촌’으로 전락했다. 무엇이 오키나와를 이렇게 바꾸어 놓았을까. 핵심은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점이 급속히 늘어났다는 점이다. 2017년 인구 10만명당 패스트푸드점 수는 도쿄 다음으로 오키나와가 2위였다. 자동차 보급이 늘면서 운동 부족도 뒤따랐다. 멕시코와 오키나와 사례를 보면 무엇이 비만을 유발하는지 명확하다.
▶미국 콜로라도·네브래스카 등 5개 주에선 저소득층 지원금으로 탄산음료 등 일부 품목을 살 수 없다. ‘건강하지 않은 식품에 국민 세금을 쓰지 말라’는 것이다. 대신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구입하면 해당 금액만큼 추가해 주는 제도를 시행하는 주가 많다. 신선 식품 10달러 어치를 사면 10달러를 더 얹어주는 식이다. 지역에 따라 채소·과일 소비가 20% 안팎 증가하는 효과가 있었다.
▶비만의 양극화 문제는 건보 적용 논란까지 낳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위고비·마운자로 등 비만치료제는 비급여로 환자가 전액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비만학회를 중심으로 고도비만 환자와 취약 계층에겐 비만치료제도 건강보험으로 지원하자는 제언이 나오고 있다. 계속 비급여로 남아 있으면 치료가 필요한 환자보다 경제적 여유 계층만 접근해 비만 양극화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책 개입도 필요하겠지만 각자 패스트푸드와 탄산음료를 줄이고 한 계단이라도 더 오르겠다는 자세가 중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