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미국의 전격적인 군사작전으로 체포돼 뉴욕으로 이송됐을 때, 헬기에서 내린 그의 양팔을 붙잡고 압송하는 요원들 가슴엔 ‘DEA’라는 글자가 선명했다. 미 ‘마약단속국’ 소속 요원들이었다. DEA가 일국의 대통령까지 체포해 압송하는 모습을 보며 놀란 사람도 적지 않았다.
▶DEA는 미 법무부 산하 수사기관이자 정보기관이다. 닉슨 대통령 시절인 1973년 ‘마약과의 전면 전쟁’을 선포하면서 설립됐다. 마약 제조와 유통 등 모든 마약 범죄의 단속은 물론 치료·재활·예방까지 담당하는데, 직원 수가 1만명이 넘는다. 마약 조직에 대한 도·감청은 물론 위장 잠입 수사도 서슴지 않는다. 전 세계 100여 나라에 지부를 운영 중인데, CIA 다음으로 큰 규모라고 한다. 우리나라 마약 사건 발표 때 DEA가 등장하는 경우도 많다. 부산세관은 지난해 8월 부산신항에 도착한 남미발 컨테이너선에서 코카인 600㎏을 압수했다. DEA 첩보를 바탕으로 수색을 벌인 결과였다.
▶DEA는 수사 정보 기관에 그치지 않는다. 군대와 연계해 무력 작전도 펼치는 특수부대 성격도 있다. 아편을 세계 최대로 생산한 아프가니스탄에선 DEA 소속 특수부대가 전투도 벌였다. 그래서 DEA 요원 중엔 전역한 특수부대원 출신이 많다. 전쟁이 아니더라도 마약 거래나 제조 현장을 급습하는 일이 많아 중무장은 필수적이다. 콜롬비아의 전설적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유일하게 무서워한 것이 DEA였다는 말이 괜히 나오지 않았다.
▶마약, 범죄 조직과 이에 대응하는 강한 전투력을 결합시킬 수 있어서 그런지 DEA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영화 ‘시카리오’는 DEA 등이 멕시코 국경지대를 배경으로 마약 조직과 혈전을 벌이는 내용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나르코스’는 마약 카르텔이 DEA 요원을 납치 살해하는 사건을 계기로 DEA가 마약 범죄자들을 소탕하는 내용이다. 한마디로 DEA는 전선 없는 전쟁 중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 마약이 파고들어 심각한 상황이다. 마약 청정국 지위를 잃은 지 오래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우리도 미 DEA처럼 마약 수사를 전담하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금처럼 마약 수사 권한이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으면 대응은 한발 늦다. 컨트롤타워가 없다 보니 정보 공유는 물론이고 신종 마약 범죄에 기민한 대응도 어렵다. 수사, 정보 수집, 국제 공조, 자금 추적 기능을 통합 담당하는 조직 발족을 본격 논의해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