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쓰레기 분리수거가 시작되기 전 한국 풍경은 지금과 사뭇 달랐다. 단독주택마다 집 밖에 커다란 쓰레기통이, 아파트는 각 가정이나 복도에 쓰레기 배출구가 있었다. 이제는 ‘그 때 그 시절’ 이야기다. 서울 상암동 난지도 쓰레기 매립지에선 쓰레기 산을 뒤져 쓸 만한 물건을 찾아 내 팔아 살아가던 사람들도 있었다.
▶한국은 재활용 쓰레기 분리 배출이 성공적으로 정착한 나라다. 한국 아파트를 방문한 외국인들은 플라스틱, 페트병, 고철, 종이, 우유팩, 종이박스, 비닐, 스티로폼으로 세분된 분리 수거장과 일반·음식 쓰레기를 별도 처리하는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쓰레기 분리수거와 재활용률 세계 평균이 9%인 반면 한국은 70%를 넘는다. 러시아는 쓰레기 분리수거와 재활용률이 4%가 채 안 된다고 한다.
▶한국의 재활용품 수거는 까다롭고 복잡한 편이다. 페트병과 유리병은 내용물을 버리고 포장지를 제거한 뒤 배출해야 한다. 플라스틱 뚜껑이 붙어 있는 우유 팩과 단백질 음료 팩도 뚜껑을 가위로 오려내 분리한 뒤 버려야 한다. 비닐류도 ‘OTHER’라고 적힌 것은 재활용이 안 된다. 쓰레기 버리는 노력과 스트레스가 만만찮다는 소리도 나온다.
▶서울 은평뉴타운은 종량제 봉투에 일반 쓰레기를 넣어 투입구에 버리면 진공 방식으로 소각장까지 자동 운반하는 기능으로 주부들의 박수를 받았다. 모든 쓰레기를 통째로 수거해서 대신 분리 배출해 주는 사설 업체도 생겨났다. 외국에선 재활용품 분리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정책을 내놓는 나라도 있다. 대만은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 배출하는 시민에게 무게에 따라 포인트를 지급하고 포인트로 쓰레기봉투나 친환경제품을 구입할 수 있게 한다. 독일은 우리처럼 세분하지 않고 플라스틱·비닐·우유팩 등을 노란색인 포장재 재활용 통에 버리게 한 뒤 자동화 시스템으로 분리한다.
▶한국도 분리수거 보상체계가 있다. 쓰레기 봉투 값이 실제 쓰레기 처리 비용의 28%로 저렴하다. 높은 분리수거 참여율에는 환경을 지키자는 시민의식도 작용했을 것이다. 중동발 석유 대란으로 쓰레기봉투 제작의 원료인 나프타 공급이 차질을 빚자 일부에서 쓰레기 봉투 사재기가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쓰레기 봉투가 부족하면 일반 봉투에 넣어 버릴 수 있게 하겠다고 안심시키는 모습도 한국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일 것이다. 모두 어려운 와중이지만 ‘질서를 지키려는 한국인의 마음’도 보는 것 같아 반갑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