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16세기 초 인도 항로를 찾던 포르투갈이 인도양 한복판에서 울릉도 60% 크기인 산호섬을 발견했다. 인도 남쪽으로 1800㎞쯤 떨어진 곳이었다. 항해사 이름을 따서 ‘디에고 가르시아’라는 이름을 붙였다. 18세기 후반 영국 등이 인도·아프리카 노동력을 데려와 코코넛 농장을 일구면서 유인도가 됐다. 이 섬이 주목받은 건 냉전 때문이다. 1960년대 소련군이 인도양 진출을 시작했는데 미군은 인도양에 거점이 없었다. 중동산 석유 수송로의 전략적 가치도 커지고 있었다. 미국이 영국령이던 이 섬에 대규모 해·공군 기지를 만들었다.

▶이 섬은 큰 바다에 고립돼 주변에서 공격받을 위험이 적다. ‘V’ 자 모양인데 항모나 잠수함이 정박할 만큼 수심이 깊고 4㎞에 가까운 활주로도 건설할 수 있다. 대형 군함의 보급·정비와 대형 폭격기의 이착륙이 모두 가능하다. 전 세계 미군 통신을 연결하고 우주 발사체를 탐지하는 기지도 있다. 미군의 인도양 ‘불침 항모’가 됐다. 1991년 걸프전 때 이 섬을 떠난 B-52 폭격기들이 이라크를 융단 폭격했다. 미 본토 출격에 비해 절반 거리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2003년 이라크 전쟁 때도 B-2 스텔스 전투기 등이 인도양을 가로질렀다.

▶이란이 자국 영토에서 4000㎞ 떨어진 디에고 가르시아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란은 사거리 2000㎞ 이상 탄도미사일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위성 발사체에 탄두를 달아 장거리 공격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기지에서 출격한 폭격기와 군함의 공격이 매우 고통스러웠다는 의미다. 이란 미사일은 디에고 가르시아 앞에 정박해 있던 미 이지스함에 요격됐다. 미국도 이 섬의 요격망을 촘촘히 갖춰놓은 것이다.

▶이 섬이 최근엔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 자산이 됐다. 중국이 도입하는 중동·아프리카산 석유가 대부분 이 섬의 공격 반경을 지나기 때문이다. ‘석유 생명길’인 호르무즈 해협과 동남아의 말라카 해협이 모두 이 섬의 통제 범위다. 인도양과 태평양의 연결 고리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사령부를 만들었는데 태평양에선 일본과 괌, 인도양에선 이 섬을 핵심 기지로 운용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해 이 섬을 아프리카 모리셔스에 돌려주겠다는 협정을 체결했다. 군사 기지만 영국이 99년간 계속 관리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실소유주’인 미국 트럼프가 “섬 반환은 멍청한 결정”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중동·아프리카·중국·동남아·석유 수송로를 모두 통제할 수 있는 이 섬을 미국이 양보할 가능성은 아마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