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물에 떠다니는 지뢰인 기뢰에 대한 기록은 명나라 때부터 나온다. 현대식 기뢰는 미국 독립 전쟁 때 나왔다. 화약 통이 배와 부딪치면 폭발했다. 기뢰는 러·일 전쟁을 거치며 정식 무기가 된다. 닿자마자 터지는 전기 기폭 장치와 물속에 설치돼 보이지 않는 ‘계류 기뢰’의 개발로 전함들이 잇달아 폭침됐다. 1차 대전 때는 연합군이 독일 잠수함을 막으려고 북해에 수만 개의 기뢰로 ‘벽’을 만들었다. 2차 대전에선 군함 소리와 자기장 등을 감지해 폭발하는 기뢰까지 개발돼 깔렸다.

▶태평양전쟁에서 미국은 일본 근해에 수만 개의 기뢰를 뿌렸다. 일본 군함과 상선 수백 척이 침몰해 해상 물류가 막혔다. 전시 물자 수입은 물론 해외 군대에 군수품도 제대로 보낼 수 없었다. 일본은 기뢰 때문에 말라 죽기 직전까지 몰렸다. 미국이 붙인 기뢰 작전 명이 ‘굶주림(Starvation)’이다. 종전 후에도 일본은 근해에 널린 기뢰를 치우느라 애를 먹었다. 그 경험으로 일본 해상자위대는 세계 최고의 소해(掃海·기뢰 제거) 기술과 전력을 갖게 됐다. 일본은 이라크전이 끝난 뒤 걸프 지역에 소해함 여러 척을 보내 널린 기뢰를 걷어냈다. 전후 첫 해외 작전이었다.

▶‘소해함’은 기뢰를 청소하는 함정이다. 기뢰 성능에 비례해 발전했다. 바다 위에 떠다니는 기뢰는 기관총으로 폭발시켜 제거하고 수면 아래 계류 기뢰는 묶은 줄을 끊거나 소형 폭탄 등으로 없앤다. 소해함은 플라스틱 재질로 만든다. 그래야 금속에 반응하는 기뢰를 피할 수 있다. 특수 음파탐지기로 기뢰인지, 돌인지 구분하고 잠수부나 무인 장비를 투입한다. 해저에서 어뢰를 쏘는 기뢰까지 등장하자 소해 기술에서도 무인화가 중요해졌다.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로 급해진 트럼프가 동맹국에 소해함을 찾고 있다. 미 해군의 소해 전력으로는 부족한 것이다. 이란이 싸구려 부유 기뢰나 계류 기뢰만 깔아도 수천억원짜리 유조선과 미 군함을 잃을 수 있다. 가성비는 기뢰가 드론을 앞선다. 항모도 소해함이 길을 열지 않으면 발이 묶인다. 한국 해군은 12척의 소해함이 있다. 그런데 일본보다 작고, 700t급 이하 소형 함정이어서 중동까지 항해가 어렵다.

▶세계에 상대가 없는 미 해군은 소해 전력에 관심이 적었다. 소해함이 몇 척 없고 노후했다. 소해 헬기와 무인 장비 중심으로 재편 중인데 이란 기뢰 제거에는 역부족이다. 이란이 보유한 기뢰가 수천 개라는데 수십 개만 깔려도 호르무즈가 막힌다. 미국이 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전쟁을 벌인 것이 놀랍고 어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