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억만장자들에게 두바이는 낙원이었다. 소득세·양도세·상속세가 모두 ‘0%’인 데다, 왕처럼 대접 받았다. 7성급 호텔, 미슐랭 레스토랑, 최첨단 빌딩 등 도시 인프라는 뉴욕이나 도쿄보다 쾌적했다. 엄격한 법 집행과 촘촘한 CCTV는 덤이었다. 한밤중에 롤스로이스를 세워두고 문을 열어놔도 손대는 사람이 없었다. 세금 없고 도둑 없는 안전한 피난처로 자본과 인재가 몰려들었다.
▶하지만 돈은 겁이 많다. 위기가 닥치면 가장 먼저 도망간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두바이가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전쟁 시작 후 주식 시장은 한때 문을 닫았고, 부동산 지수는 최대 30% 넘게 폭락했으며, 최근 열흘 동안 주민과 관광객 수만 명이 짐을 쌌다. 공항 폐쇄로 하루 1800편 이상의 항공편이 취소되기도 했고, 수퍼카와 고급 아파트·빌라 급매물도 쏟아진다고 한다.
▶유독 두바이의 피해가 더 큰 이유가 있다. 이란과 페르시아만을 사이에 두고 있는 UAE는 7개 부족으로 이루어진 연방 국가다. 석유 수출량은 세계 5위권이지만, 매장량 95%는 큰 형님 격인 아부다비에 몰려 있다. 자원 없는 두바이가 금융·관광·물류에 전력투구한 이유다. 전쟁으로 유가가 오르면 아부다비는 오히려 버틸 힘이 생기지만, 두바이로서는 힘들게 쌓아 올린 피난처 이미지가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이란이 서방 자본의 상징인 두바이를 정밀 타격하며 심리적 공포를 극대화하는 까닭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격이다.
▶이 와중에 트럼프는 웃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전쟁의 원래 목적은 아니었지만, 글로벌 자본과 큰 손들이 법적 보호와 물리적 안전이 보장되는 뉴욕으로 다시 눈을 돌리게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바이 부동산 지수가 30% 폭락하는 사이, 중동발 자금 이탈의 지표로 불리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USDC)의 시가총액은 한 달 새 100억달러(약 15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두바이에 미사일·드론 파편이 떨어지는 광경은 억만장자들에게 “미국 밖의 낙원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공포를 각인시켰다.
▶화려한 고층 빌딩도 세금 없는 천국도 결국 ‘안전’이라는 토양이 없다면 신기루에 불과하다. 두바이 정부는 “방공 시스템이 건재하다”며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지만, 한번 금이 간 신뢰를 수선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 할리파에 공습 경보가 울리는 현실 속에서, “돈에는 조국이 없어도 안전에는 국경이 있다”는 격언을 두바이는 곱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