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동물이라면 질색하는 지인이 일본 여행 중 어쩌다 애견 동반 가능 호텔에 묵게 됐다. 다음 날 아침식사를 하러 식당에 갔다가 많은 개가 사람 옆에서 밥 먹는 걸 보고 기겁했다. 이 호텔은 방마다 애견 전용 침대도 제공한다. 개의 투숙을 환영하는 웰컴 장난감과 간식도 준다. 이 호텔 하나가 아니다. ‘도쿄 애견 동반 호텔’을 검색하면 5성급 호텔이 줄지어 나온다. 호텔 직원이 개를 산책시키는 서비스가 포함된 숙박 패키지를 파는 곳도 있다.
▶한국에서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될 지 모르겠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국민이 1년 전 1500만명을 넘어서면서 전에 없던 애견 관련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주인과 개가 함께 식사하고 산책도 할 수 있는 고속도로 휴게소가 전국 수십 곳에 이른다. ‘비행기 타는 반려견’도 지난 5년 사이 두 배로 늘자 항공사들은 반려동물을 화물칸 아닌 탑승칸에 태우는 상품을 경쟁하듯 내놓는다. 동물에게도 탑승 마일리지를 주고 동물 이름이 적힌 탑승권을 발급하는 식이다.
▶몰티즈와 함께 사는 지인은 동네에 있는 애견 동반 레스토랑을 즐겨 찾는다. 그는 “처음엔 반려견 동반 식당이 주변에 한 곳뿐이었는데 어느새 5곳으로 늘었다”며 “반려견과 함께 식당에 가는 문화가 정착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전에 없던 갈등도 겪었다. 그는 개털 알레르기를 가진 친구가 모임 장소에 왔다가 개를 보고 화내는 바람에 관계가 멀어졌다고 했다.
▶반려동물과 함께 음식점을 출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이 이달 초 시행에 들어갔다. 세태 변화를 법에 반영한 사례이지만 혼선도 적지 않다. 업주들은 규정이 너무 엄격하다고 한다. 매장에 출입하는 동물의 예방접종 여부를 식당 업주가 확인해야 하고 조리실에 개나 고양이가 드나들 수 없게 칸막이도 쳐야 하는데 위반하면 영업정지를 당한다. 반려동물을 동반하는 손님을 받아 매출을 올리려 했다가 기존 단골 손님이 발길을 끊어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펫 휴먼화’로 먹이·돌봄·보험·장례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관련 산업 규모가 2032년 21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반려동물을 사람 좌석에 태우는 서울~제주 왕복 항공기 상품은 가격이 두 배인데도 완판됐다. 아직은 사람 대접 받는 반려동물에 대한 반색과 거부가 혼재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반려동물 확산에 따른 사회 변화는 되돌릴 수 없는 추세로 보인다. 유모차에 아기 아닌 개가 타도 어색하지 않은 세상이 올 줄은 누가 알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