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가 개발한 첫 탄도미사일 ‘V2’가 런던에 떨어졌다. 마하 속도로 떨어지는 미사일을 당시 대공포로는 막을 수가 없었다. 2차 대전이 끝나자 미·소는 V2를 발전시켜 ICBM을 만들었다. ICBM에 핵탄두가 결합하면서 공포의 차원이 달라졌다. 날아오는 핵미사일을 미사일로 막아야 한다는 발상이 이때 나왔다. 그러나 1960년대까지 마하 10 이상으로 날아오는 ICBM을 정확하게 맞히는 기술이 없었다. 공중에서 핵미사일을 터뜨려 적의 핵미사일을 무력화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1세대 요격 미사일이다.
▶핵으로 요격하면 아군도 피해를 입는 등 부작용이 컸다. 일반 미사일을 공중 폭발시켜 파편으로 적 미사일을 요격하는 2세대 시스템이 등장했다. 이 역시 한계가 있었다. 1990년대 말 레이더로 적 미사일을 탐지하고 컴퓨터로 속도·궤도를 계산해 요격 미사일을 발사해 직접 맞춰 파괴하는 3세대 요격 미사일이 등장했다. 미국 패트리엇3가 대표적이다. ‘게이트 제어 시스템(DACS)’이 핵심 기술이다. 적 미사일과 충돌 직전엔 1㎝만 오차가 생겨도 수백m가 빗나간다. 요격체에 가스나 액체를 순간 분사하는 장치를 달아 1000분의 1초에 방향과 궤도를 수정하는 기술이다.
▶2000년대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급속히 늘렸다. 주한미군은 패트리엇을 쓰는데 한국은 독자 요격 미사일 개발에 나섰다. 패트리엇은 너무 비쌌고 한반도 지형엔 맞지 않을 수도 있었다. 당시 정부는 중·러 등이 ‘미국 미사일 방어 체계에 들어가지 말라’고 압박하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러시아가 빌린 돈 대신 무기를 주겠다는 제안을 해왔다. 러 기업과 협력해 비행기를 잡는 지대공 미사일 ‘천궁1’을 개발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탄생시킨 것이 미사일 잡는 미사일 ‘천궁2’다.
▶UAE에 배치된 천궁2가 이란 미사일을 요격했다고 한다. 실전에서 미사일 요격에 성공한 나라는 자유 진영에선 미국·이스라엘과 한국 뿐일 것이다. 총 하나 못 만들던 나라가 총알로 총알을 맞히는 것보다 어렵다는 수준의 군사 기술을 갖추게 됐다.
▶지금 중동 국가는 요격 미사일 덕분에 이란 공격을 견디고 있다. 그런데 미국 미사일은 너무 비싼 데다 미국도 모자란 실정이다. 아랍국은 이스라엘 미사일은 쓰지 않는다. 결국 한국 요격 미사일을 찾게 됐다. 천궁2는 패트리엇 가격의 4분의 1이다. 여러 중동국이 천궁2를 빨리 더 보내달라고 부탁한다고 한다. 전쟁을 반길 수는 없지만 한국 방산에 시장이 열린 것은 사실이다. 방어 무기라 부담도 적다.
양승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