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아들 때문에 고민하는 후배는 유튜브 ‘법륜스님의 즉문즉설’로 위로를 받는다고 했다. 또 운전대를 잡으면 요란한 대중 음악 대신 복음성가를 들으며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가끔 아내와 점을 보러 가기도 하지만, 믿는 종교는 따로 없다. 역시 특정 종교를 믿지 않는 대학생 조카는 방학 때면 유명 사찰의 템플스테이를 친구들과 찾는다. 새벽 예불을 하고 사찰 음식을 먹으면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라 좋다고 했다.

▶한국은 종교가 없는 사람이 더 많은 사회다. 갤럽에 따르면 2004년 54%였던 종교 인구는 2024년 49%로 감소했다. 20대 이하는 더 극적이다. 열에 여덟은 종교가 없고, 나머지 둘 중 한 명도 종교는 믿지만 예배나 법회는 가지 않는다. 미국도 Z세대 40%가 무종교인을 자처할 만큼 탈종교화는 세계적 흐름이다. 종교의 우선 가치가 ‘내세에서의 구원’인데 이를 믿는 현대인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현대인은 내세가 아닌 지금의 삶에 집중하며 ‘힐링’과 ‘자아 발견’에 더 무게를 두는 듯하다.

▶2030의 탈종교에 위기감을 느낀 기성 종교들이 ‘파격 소통’에 나섰다는 기사가 본지에 실렸다. 신부님이 얼굴 가린 채 유튜브 인생 상담을 하고, 스님이 극락왕생 제사를 인기 애니메이션 방식처럼 지낸다는 것이다. 그래도 요즘 젊은 세대는 굳이 특정 종교를 찾지 않고 여러 종교 전통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요소만 골라 조합하는 것 같다. 증상에 따라 이 병원 저 병원 골라 다니는 의료 쇼핑처럼 일종의 ‘종교 쇼핑’ ‘영성 쇼핑’인 셈이다.

▶미국의 종교사회학자 피터 버거는 현대 사회에서 종교 단체는 ‘공급자’, 개인은 ‘소비자’가 됐다고 했다. 아예 종교에서 영성은 거르고, 실용적 기능이나 라이프 스타일만 취하기도 한다. 힌두교 색채를 걷어낸 채 몸매 교정용 요가를 하고, 불교를 믿지 않으면서 ‘디지털 디톡스’를 위해 사찰을 찾는 식이다. 산티아고 순례길도 가톨릭과 상관없이 자아 성찰을 위한 인생의 버킷리스트로 여기는 사람이 많아졌다.

▶부작용도 생긴다. 과거 “도를 아십니까”라며 노골적으로 접근하던 일부 사이비들은 이제 ‘MBTI 사주’나 ‘성공학 강의’의 가면을 쓰고 청년들을 유혹한다. 공동체적 의식 없이 나 혼자 만의 위안에 몰입하는 영성의 개인화가 역설적으로 이런 영적 사기극에 취약한 토양도 되는 셈이다. 종교가 취향처럼 보이는 시대에 지금 우리가 찾는 것이 진정한 내적 성장인지 아니면 단순한 위안의 탐닉인지 궁금하다.

일러스트=이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