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년째 공사 중인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聖가족 성당)’에는 모두 18개 탑이 솟아 있다. 예수의 열두 제자 탑이 외곽을 감싸고, 복음서 저자 4인과 성모 마리아의 탑이 안쪽을 호위한다. 중앙에는 가장 높은 예수 그리스도의 탑이 있다. 하늘에서 보면 나머지 모든 탑이 예수의 탑을 향해 경배하듯 모여드는 것 같다. 이 장대한 서사의 마지막 단계인 예수 탑 꼭대기에 최종 십자가를 올리는 작업이 엊그제 완료됐다.
▶이번 십자가 설치로 성당은 가우디(1852~1926)가 설계한 최종 높이인 172.5m에 도달했다. 독일 울름 대성당(161.5m)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당이 됐지만, 가우디의 목적은 기록 경신이 아니었다. 이 숫자에는 “인간의 피조물은 신의 창조물보다 낮아야 한다”는 그의 겸손이 담겨 있다. 그가 사랑했던 바르셀로나 몬주익 언덕의 해발고도는 173m다.
▶가우디는 종이 도면 대신 모형을 만들었다. 추를 매단 끈을 늘어뜨려 중력이 만드는 가장 안정적인 구조를 실험했다. “직선은 인간의 선, 곡선은 신의 선”이라 믿었던 그는 성당에서 수직 기둥과 평평한 천장을 없앴다. 자연스러운 곡선을 뒤집은 ‘현수선 아치’로 중세 고딕 성당들이 거대한 벽을 지탱하기 위해 세워야 했던 외부 버팀 벽도 걷어냈다. 현대 항공우주공학이 슈퍼컴퓨터로 계산한 최적값을 100년 전 건축가가 직관과 실험으로 찾아낸 셈이다. 현대 건축의 불가사의로 추앙받는 이유다.
▶성당은 동서남북에서 보는 방향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동쪽은 예수 탄생, 서쪽은 수난, 남쪽은 영광이라는 파사드(정면부)가 각자의 스토리를 담고 있다. 북쪽은 화려한 조각 대신 신성한 제단을 배치해 고요한 성소를 완성했다. 정부 지원 한 푼 없이 오직 관객 입장료와 기부금만으로 짓는다. 하루 입장료 수입만 5억원을 넘는 성당의 건축 현장은 사실상 세계인이 벽돌 한 장씩을 보태는 인류 공동의 프로젝트다. 탄생의 파사드에서 노래하는 15 천사를 조각한 일본인 조각가 에츠로 소토처럼 가우디의 철학에 매료되어 평생을 바친 세계인들의 땀방울이 녹아 있다.
▶올해 6월 10일은 가우디가 세상을 떠난 지 100주기다. 완공식도 그때 열린다고 한다. 이 긴 여정이 일깨우는 철학은 결국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내 건축주(하느님)는 서두르지 않으신다”던 천재의 신념이 드디어 종착역에 이르고 있다. 성당의 이름 ‘성가족’은 인간이 돌아가야 할 근원적인 안식처를 뜻한다. 인류가 함께 머무를 영원한 ‘집’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