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사랑하는 아이들아, 이제 우리가 너희를 떠나가지만…” 졸업생 대표가 답사를 하던 중 울컥하자 식장이 눈물바다로 변했다. 여학생은 서로 끌어안고 울었고, 남학생은 벽을 치며 울었다. “누가 죽으러 가느냐”며 호통치던 호랑이 선생님도 결국 울었고, 졸업식을 지켜보던 학부형도 울었다. 울다 지쳐 바닥에 쓰러진 아이들이 속출했다. 더 이상 답사를 읽을 수 없었다. 그렇게 각자의 인생에 다시 없을 눈물의 졸업식은 지나갔다.

▶성석제는 소설 ‘투명인간’에서 주인공 만수의 졸업식을 이렇게 그렸다. 1960년 대 많은 학생이 중학교에도 진학 못하는 가난한 시골 초등학교가 무대다. 과장이 섞일 수밖에 없는 소설이지만 그 시대를 산 사람들은 대개 비슷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고되지 않은 삶이 드문 시대였다. 당시 학생의 학교 졸업엔 작든 크든 본인과 가족들의 헌신과 희생, 고생이 담겨 있었다. 그저 그 모든 것이 합쳐져서 눈물로 흘렀다.

▶소설의 주인공 만수가 졸업식에서 받은 상은 6년 정근상과 1년 개근상이다. 학생회 간부들은 군수상, 읍장상, 교육장상, 경찰서장상, 세무서장상, 우체국장상을 나눠 받았다. 성적 우수자에겐 교장상과 육성회장상이 돌아갔다. 영어 사전, 만년필, 공책, 주판 등 부상도 받아 부러움을 샀다. 소설처럼 예전 졸업식 땐 실제로 상이 많았다. 사립학교는 이사장이 운영하는 기업이 주는 상도 있었다. 학생들은 우등생의 수상을 부럽게 지켜보면서 학업에 자극도 받았다.

▶이런 풍경이 정말로 소설 속 허구가 되어 가는 듯하다. 학부모의 졸업식 참석을 제한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고 한다. 졸업식 입장권까지 등장했다. 사람이 많으면 사고가 날까 우려했다는데 다른 이유도 있는 모양이다. “우리는 가족이 적어 졸업식에서 아이가 위축된다”는 항의가 있다는 것이다. 편부모 학생을 배려한다고 부모 한 명만 졸업식에 들이거나 아예 학부모 출입을 막기도 한다. “못 받는 학생이 소외감을 느낀다”는 이유로 상장 수여식을 몰래 하는 학교도 생겼다.

▶일부 학교는 “학생이 공에 맞을 수 있다”며 운동장에서 축구·야구를 금지하고, 사고를 우려해 소풍과 수학여행을 없앴다고 한다. “학생이 패배감을 느낄 수 있다”는 불만 때문에 운동회에서 청군·백군이 사라졌다. ‘내 새끼’가 조금이라도 다치거나 홀대당하면 득달같이 덤벼드는 학부모 탓이 크다. 학교는 항의만 있으면 해야 할 일도 쉽게 포기한다. 이것저것 다 없애면 학교에 뭐가 남을 지 모르겠다. 해도 너무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