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비싼 뉴욕 맨해튼은 면적이 59.1㎢로 서울 강남구(39.5㎢)의 1.5배지만, 주택 수는 93만호로 강남구의 3.9배다. 이유는 주택 크기에 있다. 한국에서 원룸이라 부르는 스튜디오와 침실 1개짜리 1베드룸이 맨해튼 전체 주택의 절반을 넘는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젊은 직장인들의 주거 수요를 감당하려면, 넓은 집 몇 채보다 작은 집 수백 채를 짓는 편이 현실적 해법이었기 때문이다. 고액 연봉을 받는 월가 애널리스트나 로펌 변호사도 처음엔 작은 집에서 출발한다. 맨해튼에서 침실 3개 이상 대형 주택 비율은 15%에 불과하다.
▶한국에선 전용면적 60~85㎡(분양면적 25~34평)인 중형 아파트가 오랫동안 ‘표준’이었다. 특히 방 3개에 화장실 2개인 34평이 수요가 가장 많이 몰려 ‘국민평형(국평)’으로 불렸다. 서울 강남구 아파트 13만2000호 가운데 42%가 중형이고, 전용 60㎡ 이하 소형은 27%에 그친다.
▶85㎡가 대세가 된 것은 1970년대 경제 개발 시대의 산물이다. 정부는 극심한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전용 85㎡ 이하 주택을 많이 짓도록 유도했다. 이를 ‘국민주택’으로 지정하고 부가가치세 등 각종 세금 면제 혜택을 줬다. 1인당 주거 면적을 5평(전용 16.5㎡)으로 잡고 평균 가구원 수 5명을 곱해 계산한 것이다. 건설사 입장에선 85㎡를 넘는 순간 부가세(10%)만큼 분양가가 올라가니 이 기준을 맞추려 했다. 지금도 84.97㎡, 84.99㎡처럼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국평 면적에 맞춘 분양이 많다.
▶이 ‘국평’에 변화가 오고 있다. 지난해 수도권 아파트 청약에서 국평보다 작은 전용 60㎡ 이하 소형 청약자가 21만8047명으로 국평급인 중형 청약자(21만7322명)를 넘어섰다. 주택 청약 접수 집계가 시작된 2020년 이후 처음 있는 현상이다. 특히 서울에서는 전체 청약자 중 60%가 소형을 신청했다. 과거에는 신혼부부가 잠깐 거쳐가는 평수쯤으로 여겨졌던 소형 아파트가 점점 ‘국평’이 돼가는 것이다.
▶85㎡에서 60㎡로 국평 교체는 1~3인 가구 증가라는 큰 변화와 ‘미친 집값’이 맞물린 결과다. 도저히 30평대 아파트 문턱을 넘기 힘든 청년 세대가 현실적인 소형 평형으로 눈을 돌리고 있고, 건설 기술 발전으로 60㎡에도 화장실 2개가 가능해진 것이다. 더 많은 청년과 1~3인 가구가 직장에서 가까운 도심에서 살 수 있도록 맨해튼식의 콤팩트한 소형 주택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