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에 입학한 1983년엔 교복 입은 선배들이 부러웠다. 그해 시작된 교복 자율화로 신입생은 사복만 입어야 했기 때문이다. 획일성을 벗고 자율성을 높이자는 명분과 함께 집에서 입던 옷을 그냥 입혀 등교시키면 가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브랜드’의 교실 공습이 시작됐다. 고가의 브랜드 옷을 입고 학교에 나타나는 아이들이 생겨난 것이다. 전염병처럼 이 현상이 번졌다. 옷보다 신발이 먼저였다. 나이키 아닌 나이스 등 짝퉁 브랜드까지 등장한 것도 그 무렵이다.
▶등교용 브랜드 옷 때문에 부모 등골이 휘자 당국이 결국 교복을 부활시켰다. 그랬더니 이번엔 교복 위에 입는 외투 브랜드 경쟁이 벌어졌다. 부모 등골이 휘는 정도가 아니라 부러뜨릴 만큼 비싼 패딩이 교실을 점령했다. ‘등골 브레이커’라는 신조어도 유행했다. 특정 브랜드 패딩의 가격대별로 서열을 매긴 ‘계급도’까지 등장했다. 가장 기본 모델부터 100만원대 ‘대장’급 제품까지 무엇을 걸쳤느냐에 따라 교실 내 대우가 달라진다고 했다.
▶요즘은 교복 자체가 값비싼 브랜드가 됐다. 한 벌에 50만~60만원은 예사다. 최근 대통령이 교복을 다시 ‘등골 브레이커’로 지목했다. 교육부 장관도 정장 형태 교복이 꼭 필요한지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학부모 단체 역시 활동하기 편한 후드티나 반바지 같은 ‘생활복’으로 바꾸거나 아예 없애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중국 중고교의 90% 이상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추리닝’이 정식 교복이다. ‘샤오푸(校服)’라 불리는 이 운동복 교복은 아침 체조부터 수업까지 갈아입을 필요가 없다. 세트당 2만~5만원 수준이다. 일본은 교복을 학교의 정체성이자 전통으로 여긴다. 비싼 건 100만원을 넘나들지만 선후배간에 물려 입는 문화가 깊고 탄탄하다고 한다. 교복 전문 중고 매장 ‘사쿠라야’가 전국에 성행하고 학교 어머니회 주도의 바자회도 활발하다. 비싼 값을 준 만큼 끝까지 뽑아 쓰는 내실이 있다.
▶한국 부모들은 자식에 관련된 것이라면 비싸도 지갑을 연다. 자식이 입고 학교에 갈 것인데 “싼 것 달라”는 말을 차마 못 하는 부모의 마음을 업체들은 담합으로 파고든다. 브랜드 옷 등교와 그를 이은 정장 교복은 모두 허영의 산물이다.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며 사는 우리 고질병이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와 결합하며 병세가 깊어졌다. 학교에 입고 오는 옷까지 부모의 재력을 과시하는 기회가 된 나라가 또 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