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국제 금값이 폭락하자 미 월스트리트 투자은행은 금을 팔아치웠다. 그런데 중국의 ‘따마(大媽·아줌마) 부대’는 본토와 홍콩의 금은방으로 몰려가 금을 쓸어 담기 시작했다. 미국 금은방에도 출몰했다. 10여 일 만에 1000억위안(약 18조원)에 달하는 금 수백t을 사들였다. 국제 금값은 반등했고 몇 년이 지나자 수조원대 시세 차익을 얻었다. “월스트리트가 중국 따마에 패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Dama’가 등재됐다.

▶‘따마’는 40~70세 여성으로 도시 거주가 많다. 매일 저녁 광장에서 집단 춤을 추는 아줌마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정보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중국은 1990년대까지 주택이나 토지를 개인에게 분배했다. 따마 세대는 부동산 폭등으로 자산을 쌓았고 돈을 굴리는 데도 눈을 떴다. 중국에선 여성이 집안 경제권을 장악하고 자녀도 엄마에게 돈 관리를 맡기곤 한다. 따마가 중국 투자와 소비의 핵심 세력이다.

▶중국인이 많은 호주나 캐나다에서 따마 부대가 버스를 빌려 단체로 부동산 쇼핑을 다녔다. 집값을 폭등시켜 현지 주민에겐 공포의 대상이 됐다. 주택 단지만 사놓고 입주를 안 해 유령 마을을 만들기도 했다. 중국 본토에선 코인 거래가 안 된다. 그런데 따마는 홍콩으로 몰려가 USB 같은 기기에 코인을 꺼낼 수 있는 개인 키를 받아오는 방식으로 투자한다. 기술적 이해가 없다 보니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금·은 가격이 요동치는 배경에는 따마가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지난해 중국인이 사들인 금은 432t으로 전 세계 매입의 3분의 1이다. 금·은을 사려고 3시간씩 줄을 선다고 한다. 중국인은 금을 부(富)와 복(福)의 상징으로 본다. 숱한 정변과 초인플레이션을 겪으며 지폐나 주식은 언제든 ‘종잇조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중국 주식은 도박판 같고 부동산도 불패 신화가 깨지고 있다. “환율은 변해도 금은 안 변한다”는 것이 따마 생각이다. 요즘은 중국 MZ 세대도 1g짜리 ‘콩알 금’을 모으고 있다.

▶경제력 있는 따마가 1억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과거 일본에는 ‘와타나베 부인’, 미국에는 ‘스미스 부인’, 유럽에는 ‘소피아 부인’이 있었다. 이들 ‘부인’은 금리 차를 이용한 투자에 집중했지만 따마는 돈 되는 것이라면 전 세계의 금·부동산·가상화폐를 안 가린다. 메뚜기 떼처럼 투자 시장을 먹어치운다. 따마의 입소문을 타면 순식간에 ‘1억명 시장’이 생긴다. 중국 아줌마의 힘이 무섭다.

일러스트=이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