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넷스케이프 공동 창업자인 마크 앤드리슨이 월스트리트저널에 ‘왜 소프트웨어(SW)가 세상을 집어삼키는가’라는 칼럼을 실었다. 영화부터 농업, 국방까지 주요 산업 주도권을 SW로 무장한 기술 벤처 회사들이 장악할 것이란 주장이었다. 예언은 현실이 됐다. 아마존(유통), 넷플릭스(영화), 테슬라(전기차) 등 SW가 최상위 포식자로 자리 잡았다.
▶SW 열풍은 한국에서도 거셌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김정주 넥슨 창업자 등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출신들이 활약하면서 주요 대학 컴공과가 인기 학과로 부상했다.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유행어 속에 인문계 출신 취업 준비생까지 코딩 학원으로 몰려갔다.
▶영원할 것 같았던 SW 철옹성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그제 뉴욕 증시에서 고객 관리 SW 업체 세일즈포스(-6.85%)와 재무 관리 SW 업체 인튜이트(-10.89%) 등 SW 관련주들이 줄줄이 폭락했다. 한 AI 업체가 법률 검토, 재무 분석 등 기존 SW 기능을 대체하는 AI 서비스를 내놓은 것이 계기다. SW가 세상을 삼킨 것처럼 이제 AI가 SW를 삼킬 것이란 공포가 시장을 덮친 것이다. 뉴욕에 상장된 SW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이날 하루에만 2850억달러 사라졌다.
▶컴공과 출신 인기도 예전 같지 않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가 코딩을 대체하면서 구글·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빅테크들이 개발자 수만 명을 해고했다. 국내 한 핀테크 업체는 매년 40~50명이던 신규 개발자 공채를 지난해부터 중단했다. 기존 개발자들이 퇴직할 때까지 신규 충원도 안 하기로 했다. 이 업체 대표는 “AI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수퍼 개발자 1명이 개발자 수십~수백 명 몫을 한다”고 했다. 서울대 컴공과 취업률이 2023년 83.8%에서 2025년 72.6%로 하락하고, 다른 대학도 비슷한 추세를 보이면서 ‘컴송합니다(컴공과라서 죄송합니다)’란 신조어도 등장했다.
▶AI 혁명은 금융과 스타트업 생태계도 바꾸고 있다. 이스라엘 1인 스타트업인 베이스44가 사람이 말하면 코드를 만들어주는 AI를 만들어 올해 초 8000만달러에 매각됐다. 1인 스타트업이 성공하자 벤처에 초기 투자해 돈을 버는 벤처캐피털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대표적 벤처캐피털 기업 세콰이어캐피털은 장기 지분 투자로 업종을 바꿨다. 이미 변호사 업계와 의료계에도 AI 쓰나미가 밀려들 조짐이다. 문송, 컴송 다음이 법송(법대라 죄송), 의송(의대라 죄송)이라면 그다음은 무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