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소련이 세계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리자, 미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연구소 과학자들이 무선 신호 포착에 나섰다. ‘삐, 삐….’ 위성이 내보내는 단순한 신호에서 이들은 중요한 원리를 찾아냈다. 위성이 다가올 때와 멀어질 때 신호의 높낮이가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이것으로 위성이 어디 있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 오늘날 일상의 인프라가 된 GPS 기술의 씨앗이었다.

▶우주를 실생활에 이용하는 혁신이 AI에서도 추진되고 있다. 중국 스타트업이 우주에 올린 데이터센터에서 AI 추론 작업을 수행했다고 한다. 지상에서 AI에 하는 명령(질문)을 무선 전파로 인공위성 데이터센터에 송신하면 센터가 이를 받아 추론한 결과를 지구로 보내는 데 2분이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현재는 AI에 질문을 던지면 그 데이터가 해저 케이블을 따라 데이터센터로 향한다. 그곳에서 수많은 GPU(그래픽 처리 장치)가 계산한 결과가 다시 컴퓨터 화면에 답으로 나온다. AI 사용이 급증할수록 데이터센터가 더 필요하다. 전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들고 그 중 상당부분이 데이터센터의 열을 식히는데 든다. 하지만 데이터센터를 우주로 올리면 이 문제가 해결된다. 우주에선 태양광 발전 효율이 엄청 높고, 극저온이어서 센터를 식힐 필요가 없다.

▶중국 회사는 2035년까지 2800기의 군집 위성으로 우주 컴퓨팅 인프라를 확대할 계획이다. 지상에서 휴대폰 기지국이 신호를 이어받듯, 여러 위성이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연산을 수행해 통신 단절과 지연을 줄이려는 구상이다. 물론 우주 컴퓨팅이 만능 해법은 아니다. 무엇보다 우주에서는 대규모 연산 설비를 구축하기 어렵고 장비 교체나 성능 확장도 쉽지 않다.

▶미국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도 대규모 위성 통신망 구축에 나서면서 우주 기반 인프라 경쟁은 더욱 불이 붙을 전망이다. 미국은 태양광 패널을 장착한 위성으로 우주에서 발전하고 지구로 무선 송전하는 실증 실험을 이미 했고, 중국은 2035년까지 우주 태양광 발전소를 구축할 계획이다. AI 경쟁의 다음 전장은 이미 하늘 위에 떠 있다. 우주의 위성 신호를 듣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우주에서 AI가 연산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곽수근 논설위원·테크부 차장

일러스트=이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