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같이 ‘님비’ 현상이 만연한 시대에 주민들이 결의 대회까지 열며 우리 지역에 지어 달라고 하는 공공 시설이 있다. 바로 양수발전소다. 근래에만 전북 진안, 경남 합천과 거창에서 주민 수백 명이 모여 플래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쳤다.
▶양수발전소는 높이 차가 나는 두 개의 저수지를 두고 전력이 남을 때 그 전기로 낮은 곳 물을 퍼올렸다가 전력이 필요할 때 물을 내려보내 발전하는 발전소다. 1907년 스위스에서 처음 양수발전소를 만들었다. 요즘 각국이 사활을 걸고 늘리려는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의 원조인 셈이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산간 오지에 근사한 호수가 생겨 관광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데다 수백억 원 규모의 각종 지원책도 있으니 유치전을 벌이는 것이다. 1979년 국내 첫 가동한 청평 양수발전소의 상부 저수지인 호명호수는 한 해 수십만 명이 찾는 관광 명소다.
▶양수발전소가 생산 가능한 전력 규모도 상당하다. 중국이 재작년 허베이성에 가동하기 시작한 펑닝 양수발전소는 세계 최대인 3.6GW 규모다. 보통 원전 1기 용량이 1GW이므로 양수발전소 하나가 원전 3.6기 분량의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다. 미국은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20%를 양수발전에서 얻고 있다. 현재 한수원이 운영 중인 우리나라 양수발전소는 7곳인데 4.7GW(전체 전력의 3%)를 생산하고 있다.
▶양수발전소의 장점 중 하나는 빠른 시간 내에 가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석탄 화력은 약 4시간이 걸리지만 양수발전은 3분 만에 전기를 만들 수 있다. 양수발전소 별명이 ‘3분 대기조’인 이유다. 2011년 9월 전국적인 전력 수요 폭증으로 블랙아웃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긴급 전력을 생산해 다른 발전소들을 소생시킨 것이 양수발전소였다.
▶원래 우리나라 양수발전소는 밤에 남아도는 원자력 전기를 이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런 방식이 경제성이 나오지 않자 2002년 예천 양수발전소 이후 주춤했다. 잊혀져 가던 양수발전은 태양광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데 최적이라는 판정이 나오면서 2017년 건설 재개에 들어갔다. 15년 만에 부활한 것이다. 현재 9곳을 건설 또는 계획 중이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도 신규 원전 2기 추진을 발표하면서 “ESS와 양수발전을 태양광의 간헐성과 원전의 경직성을 보완하는데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도 보수·진보를 떠나 양수발전에 긍정적이다. 4대강·기후 대응 등 다른 환경 정책도 양수발전소처럼 상식적이고 납득할 수 있는 범위에서 추진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