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후반 미국 독립전쟁에서 진 영국 정부가 재정난을 타개하려 벽돌세를 도입했다. 벽돌에 세금을 매기면 큰 집을 짓는 부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예상은 빗나갔다. 건축업자들이 세금을 줄일 심산으로 크기를 두 배 이상으로 키운 ‘대왕 벽돌(Great Bricks)’을 만들어 건축에 들어가는 벽돌 수를 줄인 것이다. 정부가 벽돌의 부피를 규제하자 이번엔 벽돌 대신 나무나 타일을 건축재로 썼다. 결국 영국 정부는 벽돌세를 폐지하고 말았다.

▶미국에서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가 유행하게 된 것도 규제와 관련 있다. 1975년 미 정부가 에너지 절약과 환경 보호를 명분으로 승용차 연비 규제를 강화했다. 소형차 보급을 늘리려는 목적이었지만 중대형 차량을 선호하는 미국인의 소비 패턴은 바뀌지 않았다. 자동차 회사들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경트럭 프레임에 승용차를 얹은 SUV로 대응했다. 연비 규제가 오히려 기름을 더 많이 먹는 SUV를 대중화시키는 역설이 빚어졌다.

▶규제가 오히려 시장을 왜곡시키는 현상을 ‘정부 실패’라고 부른다.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는 소득주도성장을 밀어붙였는데 거꾸로 소득분배가 악화되고, 번듯한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비정규직만 늘어난 현상이 대표적 사례다. 경제 원리를 무시하고 지지층 표와 이념에 집착하는 정책이 정부 실패의 주된 원인이다. 대표적인 시장주의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정부의 해결책은 대개 문제 그 자체만큼이나 나쁘다”라고 단언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5월 9일 만료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종료하겠다며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고 했다. 수요 억제책에도 잡히지 않는 집값의 원인을 다주택자와 투기 수요로 규정하고 강력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시장과 맞서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사는 집 아니면 파시라”며 압박했던 문재인 정부 때를 연상시킨다는 반응들이 많았다.

▶무주택자의 박탈감을 키우고 서민·청년의 내 집 마련 꿈을 빼앗는 집값 급등은 반드시 잡아야 한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공급 부족이라는 근본 원인은 외면하고 투기 수요 탓으로 화살을 돌리는 대책은 시장을 잠깐 눌러놓는 반짝 효과밖에 없다는 것이 여러 차례 검증됐다. 시장이 강물이라면 정부는 댐에 비유할 수 있다. 댐이 어느 정도까지 강물을 막을 수 있지만, 물이 너무 차오르면 결국 무너진다. 시장을 이기려 들기보다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먼저다.

일러스트=이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