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올림픽에서 우승자에게 금메달을 처음 시상한 것은 1904년 미국에서 열린 3회 세인트루이스 대회였다. 지름 3.8㎝, 무게 21g으로 순금 5.6돈이었다. 지금은 금메달 규격이 지름 6㎝ 이상, 두께 0.3㎝ 이상으로 커졌기 때문에 은(銀)으로 만든 메달에 순금 6g을 도금한다. 1회 아테네 올림픽 때는 1위에게 은메달을 걸어줬다. 금이 비싸기도 했지만, 은을 금보다 더 귀금속으로 여겼던 고대 그리스 문명의 영향이 반영됐다.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에서는 은이 금보다 비쌌다. 금은 사금(砂金) 형태로 자연 상태에서 발견할 수 있지만, 은은 납·구리 등 다른 광석에 섞여 있어 별도의 제련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기원전 2500년경 납 광석에서 은을 분리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은 공급량이 늘었고, 로마 시대부터 금이 은을 제치고 가장 비싼 금속이 됐다.
▶금·은이 금속계의 ‘귀족’이라면 동(銅·구리)은 청동기 시대부터 일터에서 인류와 역사를 함께한 ‘평민’이다. 전도성이 좋은 구리는 전기 발명 이후 산업용 쓰임새가 더 많아졌다. 전선뿐 아니라 전기차 모터, 충전소, 건설 현장, 공장 등 전기가 흐르는 모든 곳에 쓰인다. 안 쓰이는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그래서 구리 값에 따라 향후 경기를 가늠할 수 있다는 뜻에서 ‘닥터 코퍼(Dr. copper·구리 박사)’란 별명을 얻었다. 1929년 대공황과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구리 가격이 먼저 떨어졌다.
▶새해 들어 구리 가격이 1t당 1만3000달러를 돌파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년 한 해 동안 40% 넘게 올랐고 올해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AI 혁명으로 전력망 인프라 수요가 폭증하고, 전기차 생산이 늘면서 구리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구리 값이 오르면 경제가 호황이란 뜻이고, 이런 시기엔 경제가 불황일 때 값이 오르는 금·은 값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지금 구리만이 아니라 금과 은도 트로이온스(31.1035g)당 각각 4800달러, 95달러를 넘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1g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금은 은의 50배, 은은 구리의 235배다. 금과 구리 가격 차는 1만2000배에 육박한다. 금 1㎏이면 대형 트럭 한 대 분량인 12톤의 구리를 살 수 있다. 금·은·동이 동반 상승한다고 해서 이 현상을 ‘올림픽 랠리’라고 부른다고 한다. 금융시장에선 이례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례적인 ‘올림픽 랠리’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