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 체코의 극작가 카렐 차페크의 희곡에 처음 등장한 로봇은 ‘강제 노역’을 뜻하는 체코어 ‘로보타(Robota)’에서 유래했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탄생한 기계 노예인 로봇이 반란을 일으켜 인류를 멸망시키는 내용이다. 당시 인간에게 로봇은 기술 문명이 가져올 편리함인 동시에 인간의 자리를 위협할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로부터 106년이 흐른 2026년, 로봇은 사원증을 목에 걸기 시작했다.
▶현대차그룹 자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공개한 신형 로봇 ‘아틀라스’는 공상과학을 눈 앞 현실로 소환했다. 거추장스러운 유압 호스를 떼어내고 완전 전기식 몸체를 얻은 아틀라스는 관절을 360도 회전하며 작업을 척척 해낸다. 외신들은 “현존 최고의 완성형 휴머노이드”란 찬사를 쏟아냈다. 현대차 주가도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주당 47만 원을 돌파하면서 시총 100조원을 넘보는 중이다. 수십년간 자동차를 아무리 잘 팔아도 시큰둥하던 주가가 로봇으로 재평가되면서 고공 행진 중이다.
▶세계 최대 IT 박람회인 CES의 올해 행사는 로봇들이 모인 거대한 ‘인력’시장을 방불케 했다. 유니트리, 애지봇 등 중국 로봇 기업들이 참가업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양적으로 압도했다. 스마트폰 정도의 가격인 200만원대 제품까지 선보였다. 미국의 반격도 거셌다. 오픈AI의 지능을 이식해 인간과 대화하며 정밀 조립을 수행하는 ‘피규어 02′와 자사 공장에 우선 배치되어 실무 숙련도를 쌓은 테슬라의 ‘옵티머스’가 주목 받았다.
▶일본에선 로봇에게 정식 사원증을 발급한 공장이 등장했고, 폴란드의 한 주류 회사는 AI 로봇 ‘미카’를 CEO로 임명했다. 실리콘밸리에선 인간과 로봇의 협업을 총괄하는 ‘CRO(최고로봇책임자)’란 직책까지 등장했다. 로봇은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존재이자 고령화된 산업현장을 지킬 동료라는 이중 얼굴을 하고 있다. 벌써 로봇이 24시간 가동되면 저임금 노동에 기대어온 개발도상국 경제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미 조지아 메타플랜트에 시범 투입을 시작으로 2028년까지 연간 3만 대 로봇을 생산 현장에 투입하고, 2030년엔 복잡한 부품 조립도 로봇에게 맡긴다는 로드맵을 확정했다. 막강하던 자동차 회사 생산직 노조원들이 두려움을 느낄 만한 상황 변화다. 200여년 전 열악한 상황이던 영국의 직조공들은 새로운 기계까지 일자리를 위협하자 기계 파괴 운동에 나섰다. 연봉 1억원대의 귀족노조는 로봇 시대에 어떻게 대응할 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