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3세기 그리스의 히에론 왕은 신에게 바칠 황금 왕관을 보며 깊은 의심에 빠졌다. 세공사가 금 일부를 빼돌리고 은을 섞어 무게를 맞췄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왕은 당대 천재 아르키메데스에게 “왕관에 흠집 하나 내지 말고 진위를 밝히라”고 했다. 이것이 유명한 ‘아르키메데스의 원리’가 나온 계기가 됐다고 한다. 금보다 가벼운 은이 섞였다면 왕관의 부피가 커졌을 것이고 물을 더 많이 밀어낸다. 이때 아르키메데스가 미친 듯 거리를 달리며 외쳤다는 “유레카(찾았다)”는 이렇게 가짜 금에서 시작됐다.
▶1998년 외환위기 때 장롱 속 금붙이를 꺼내 들고 나온 ‘금 모으기 운동’ 현장에서 기막힌 풍경이 속출했다. 멀쩡한 금비녀를 감정사가 부러뜨리자 금 대신 하얀 촛농이나 검은 납 덩어리가 쏟아졌다. 자식 금 돌반지가 ‘신주(구리+아연)’로 판명났고, 두툼한 금목걸이 마디마디를 잘라보니 철사인 경우가 허다했다. 가짜금인 줄 모르고 속아 샀던 것이었다. 가짜 금은 IMF 위기가 남긴 많은 에피소드 중 하나다.
▶기술 발전으로 가짜 금은 연금술 수준에 이르고 있다. 금과 밀도가 거의 같은 텅스텐을 중심 부분에 넣고 겉에 금을 입히는 ‘하이테크 위조’까지 등장했다.2012년 뉴욕 맨해튼에서 발견된 텅스텐 ‘골드바’는 전문가마저 속일 만큼 정교했다. 최근엔 단순 도금을 넘어 아예 두꺼운 금판을 텅스텐 코어에 입혀 웬만한 표면긁기 테스트까지 통과한다. 심지어 레이저로 정교하게 위조된 위조 일련번호를 덧씌워 육안 감정을 무색케 한다. 21세기 연금술사들은 과거의 화학이 아닌 정밀 공학과 디지털로 무장했다.
▶시중에 가짜 금이 나돈다고 한다. 이런 사기가 나온 것은 ‘금 불패’ 신화 때문이다.금은 1980년대 2차 오일쇼크 이후 20여년 침체기를 겪었지만 최근 10년 동안은 하락을 모르고 오르기만 하는 안전 우상향 자산처럼 됐다. 10년 전만 해도 트로이온스당 1100달러 선을 맴돌던 금값이 어느덧 4000달러를 돌파하며 4배 넘게 올랐다. 웬만한 우량 기업의 주가 상승률을 뛰어넘는다. 시장에서 극히 드문 ‘10년 우상향 외길’을 걸어온 것이다.
▶중세 연금술사들이 불가능한 꿈에 매달렸다면 요즘 가짜 금 세공사들은 시장의 맹점을 파고든다. 세상 모든 자산의 가치가 흔들려도 금만은 변치 않을 것이란 확신이 시장의 맹점을 만든다. 세상에서 오르는 것은 언젠가 내린다. 내린 것은 또 언젠가 오른다. 불변의 진리다. 가짜 금이 성행할 조짐이라는 뉴스를 보며 금이라고 세상사의 원리를 비켜갈 수 있겠느냐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