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수입품 회사를 운영하는 지인은 올해 신상품 안내 홈페이지를 직접 만들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전문 사진사와 디자이너 손을 빌렸다. 그래도 여러 날 걸렸는데 이번엔 휴대전화에 장착된 AI를 써서 단 몇 시간 만에 완성했다. 그는 “AI의 위력을 실감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관련 분야 취업 준비생에겐 재앙이다. 디자인을 전공한 지인의 자녀는 “작년 초 졸업한 선배들은 대부분 취업에 성공했는데 우리는 거의 취업이 안 됐다”고 했다.

▶이런 분야가 한둘이 아니다. 인터넷에는 AI에게 빼앗긴 일자리 리스트가 줄을 잇는다. 데이터 입력원, 단순 사무직과 경리, 콜센터 상담원, 속기사 같은 업무는 물론이고 통·번역, 코딩처럼 지적인 분야까지 망라하고 있다. AI 때문에 취업 최고 유망 직종에서 단숨에 ‘취업 불가능’으로 추락하기도 한다. 미국 컴퓨터 학과 졸업생의 2023~2024년도 취업률은 가장 저조한 철학·역사학 전공자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주 미국의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의대에 절대로 가지 말라”고 했다. 최고 선망 직군인 의료 분야도 AI의 침공을 피할 수 없다는 전망은 전에도 있었다. 머스크는 여기에 “3년 안에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이 외과의사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구체적 수치까지 제시했다. 윌리엄 비치 전 미국 노동통계국장은 ’2026 전미경제학회 총회’에 참석해 “법조계는 절대 진로로 택하지 말라”며 법대행(行)을 만류했다. AI가 판례 조사부터 법률 자료 검토, 계약서 초안 작성을 맡게 된다는 것이다.

▶지난 9일 폐막한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의 올해 주제는 ‘피지컬 AI’였다. AI를 장착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무술 고수처럼 몸을 날려 격파를 하고 사람처럼 손을 써서 빨래를 갰다. 이 로봇들이 조만간 법정과 수술실도 차지할 지 모른다.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게 되면서 대표적인 고임금 직업인 의료·법률·금융 서비스 분야 임금 감축액만 10년 안에 1조20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 모든 변화가 한국에서도 곧 벌어질 미래다. 이미 국내 로펌들은 신규 변호사 채용을 크게 줄였다. 미국에서는 뛰어난 인재가 가서는 안 되는 곳으로 지목된 의사·변호사 분야가, 한국에선 여전히 가장 머리 좋은 인재들이 몰린다. 이대로 가면 개인은 물론이고 국가의 미래에도 큰 손실이 될지 모른다. “의대 진학은 돈 많이 드는 고급 취미가 될 것”이라는 머스크의 경고를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

일러스트=이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