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안에서 한 남성이 여성을 번쩍 들어 올린다. 무슨 일인가 지켜봤더니 코믹한 반전으로 이어진다. 단지 그녀가 가린 층수 버튼을 누르려던 것. 13초 분량 짧은 쇼츠에 말은 한마디도 없다. 또 다른 영상에선 두 소녀가 각설탕 같은 과자를 입에 넣는다. 이어서 진짜 쿠키를 들고 엄마가 등장한다. 엄마는 바로 그 ‘각설탕’을 물에 넣더니 부풀려 손을 닦는다. 알고 보니 동전 물티슈다. 역시 말 한마디 없는 20초 쇼츠다.

▶유튜브 채널 ‘김프로’에는 이런 짧은 쇼츠가 3700개를 넘는다. 재미있지만 압도적 자극은 아니다. 그런데도 이 채널이 총 조회 수 775억회로 작년 전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바로 다음인 미국 유튜버 ‘미스터비스트’의 조회 수를 두 배나 능가하는 압도적 1위다. 작년 추정 수익만 1700억원. 첫 영상 올린 지 4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의 성과라는 점도 대단하지만 그의 채널 구독자 1억3000만명 구독자 대다수가 외국인이란 사실이 더 놀랍다.

▶유튜브와 알고리즘 전문가 얘기를 종합하면 비결 1번은 ‘글로벌 표준화’다. 대사 하나 없이 표정과 효과음으로 웃게 만든다. 비결 2번은 ‘양’이다. 공장 같은 생산력으로 하루 3~4개를 쏟아낸다. 유튜브 알고리즘의 ‘간택’을 받으려면 조회 수 대비 완독률과 재방문율이 중요한데 짧은 쇼츠니 끝까지 보고 잘 모르겠으면 한 번 더 본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때그때 유행하는 전 세계 ‘밈’을 순발력 있게 제작한다. 타인 시선 괘념치 않는 쿨한 여자 ‘시그마 걸’이 서구에서 유행했을 때 이를 코믹 반전으로 재가공한 김프로의 쇼츠는 구독자 1억 폭증의 기폭제가 됐다.

▶2025년 유튜브 코리아가 발표한 인기 크리에이터 1위는 추성훈이다. 이 채널에서 그는 카리스마 넘치는 격투기 선수가 아니라 솔직하고 건강한 일상을 보여주는 유쾌한 아저씨다. 한국 유튜버 ‘제이캅’은 입으로 소리 내는 마법 같은 비트박스와 표정 코미디로 세계에서 3800만명의 구독자를 모았다. 유튜브가 소개한 올해의 신흥 강자는 AI 햄스터 캐릭터를 내세워 직장인의 애환을 다루는 채널 ‘김햄찌’다.

▶유튜브에서 한 때의 대박을 넘어 하나의 현상을 만들려면 특정 집단의 열광보다는 거부감 없는 다수의 선택을 받는 게 유리하다고 한다. 정치·연예 콘텐츠는 특정 시청자들이 열광하지만 확장성이 낮고 피로도가 높다. 결국 유튜브라는 거대 생태계에서 최후의 승자는 센세이셔널한 내용이 아니라 아무런 장벽 없이 모두를 미소 짓게 만드는 자의 몫인 것 같다.

일러스트=이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