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고문 같지만, 끝나면 아기 피부가 됩니다.”
요즘 외국인들은 한국의 세신(洗身)을 ‘돌고래 피부’를 만들어주는 마법 같은 서비스라고 부른다. 미국 토크쇼의 전설로 불리는 코넌 오브라이언이 LA 찜질방에서 때미는 모습을 촬영한 유튜브 영상의 누적 조회 수는 2300만회를 넘었다. 국수처럼 나오는 자신의 때를 보며 그는 경악과 환희로 떨며 외친다. “나는 새로 태어났다.”
▶처음부터 ‘K 때밀이’가 갈채를 받은 건 아니다. 과거 외신들은 ‘피부 학대인가, 청결인가’를 제목으로 뽑았고, 세신사가 손님 몸을 뒤집으면 ‘인간 존엄성을 무시하는 행위’로 묘사했다. 10년 전 한국 찜질방을 체험한 뉴욕타임스 기자는 주말 특집판에서 “죄수들처럼 똑같은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바닥에 누워 코를 고는 모습은 한국식 ‘과로 사회’의 상징처럼 보인다”고 적었다.
▶지금은 반대다. 서울 한 5성급 호텔은 국내 고객을 겨냥해 세신 서비스가 포함된 패키지 상품을 내놨는데, 고객 84%가 외국인이었다고 한다. 부산의 한 대형 목욕탕도 올해 전체 입장객의 50%가 외국인이었다. 1인 세신 숍도 외국인 예약으로 빈자리가 없다. 초록색 이태리 타월은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 다이소나 올리브영에서 구입할 필수 기념품 1순위로 꼽힌다. 미국 아마존에서 판매 중인 한국 때밀이 수건엔 리뷰만 3만개 넘게 달렸다. “마법의 박리” “각질 제거의 신세계”라는 칭찬이 붙어 있다.
▶때를 미는 풍습은 기원전에도 있었고, 동서양도 가리지 않았다. BC 4세기의 고대 그리스 청동상 ‘아포쿠시오메노스’는 제목 자체가 ‘때 벗기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1000년 전 송나라의 소동파는 ‘목욕에 대하여’(如浴)라는 짧은 시에서 ‘盡日勞君揮/輕手, 輕手!’(하루 종일 팔 휘두르느라 수고가 많소 /(그런데) 살살, 좀 살살!)라고 노래했다. 튀르키예에서는 요즘도 전문 인력들이 목욕탕 하맘에서 때를 밀어준다.
▶다른 건 우리나라가 ‘매력 국가’가 됐다는 점이다. 한국이 때를 잘 밀어서가 아니라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 가치가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튀르키예나 중국의 때밀이 문화도 역사가 깊지만, 다른 나라 대중은 관심이 없다. 그들은 BTS가 한국식 찜질방을 소개하고 ‘K팝 데몬헌터스’ 주인공들이 초록색 수건으로 때를 박박 미는 장면에 반했다. ‘한국인처럼 해야 나도 멋있어질 것 같아.’ K세신은 피부 학대가 아니라 ‘과학적인 피부 관리’로 정의된다. 문화의 힘이 이렇게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