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한 비서관이 의원을 태우고 운전을 해서 지방을 다녀오는 중 친구와 급히 통화할 일이 생겼다. 고민하다 의원에게 얘기했더니 차를 길가에 세우라고 했다. 의원이 운전대를 잡고 비서관은 친구와 통화했다. 의원은 비서관의 약속 장소까지 운전을 계속했고, 비서관과 친구들의 술값까지 계산했다. 이 비서관은 퇴직 후 “월급 받아가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원혜영 전 민주당 의원 얘기다. 국민의힘 김세연 전 의원도 보좌진과 관계가 좋았던 걸로 유명하다. 그가 떠날 때 보좌진들이 “훌륭한 의원을 모셔 영광”이라는 감사패를 만들어 줬다. 그는 12년간 보좌진을 바꾸지 않았다.

▶의원과 보좌관이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3선 의원은 수석 보좌관이 불법 자금 수수를 폭로해 2년 넘게 감옥살이를 했다. 운전기사가 비리를 폭로해 유죄 판결을 받은 의원, 보좌진이 성폭행을 폭로해 감옥에 간 의원도 있다.

▶의원과 보좌진이 틀어진 원인을 보면 대개 갑질 때문이다. 보좌진을 제 집 몸종 부리듯 하는 경우다. 보좌진 면접을 의원 부인이 보거나, 집에서 기르는 애완견 관리까지 시킨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의원이 보좌진 월급에서 일정액을 떼가거나 후원금 명목으로 돈을 받은 경우도 있다.

▶의원 보좌진은 총 9명으로 4급 2명, 5급 비서관 2명, 6~9급 각 1명과 인턴 1명으로 구성된다. 월급은 모두 국가에서 주지만 뽑거나 자르는 것은 모두 의원 자유다. 다른 직장에 비해 이직률이 높다. 옮겨도 다른 의원실로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좌진에겐 국회 내 평판이 중요하다. 요즘은 기업체 대관 담당으로 가는 경우도 있지만 이 역시 의원이 나쁘게 평가하면 어렵다. 의원이 보좌진의 재취업을 막는 경우도 있다. 이러면 철천지 원수가 된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전 보좌진의 갈등도 김 대표가 보좌진 6명을 한꺼번에 해고하면서 시작됐다. 김 원내대표는 “직권 면직에 앙심을 품고 공익 제보자 행세를 하고 있다”고 했고, 전직 보좌진들은 “핵심은 의원의 갑질”이라며 김 원내대표를 고소했다. 진흙탕 싸움이다. 20년전쯤 민주당 보좌관으로 일하다 국힘쪽 의원실로 옮긴 사람에게 ‘두 당의 차이가 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는 “민주당은 의원과 보좌관이 동지적 관계인데, 우리 당은 주종 관계”라고 했다. 그런데 요즘은 갑질 의혹, 성 추문 등이 터지면 민주당인 경우가 많다. 민주당이 우리 사회 최대 기득권 세력이 됐다는 얘기가 많은데 그게 이런 식으로도 표출되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