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한 대학의 올해 입시 경쟁률은 0.1 대 1이었다. 그래서 전체 정원이 1480명이지만 현재 재학생은 14%가량인 205명에 불과하다. 수업은 특정 요일에 몰아서 하거나 온라인으로 하기 때문에 학교에서 학생들을 거의 볼 수 없다. 식당과 매점은 물론 도서관까지 운영하지 않고 있다. 이런 대학이 왜 있는지 희한하다.

▶전국에서 학생 부족으로 폐교 직전 대학이 속출하고 있다. 일부 지방대는 불법도 서슴지 않는다. 호남권 H대 교수들은 가족과 지인, 친인척 수십 명을 신입생으로 허위 등록한 것이 드러나 경찰 조사를 받았다. 전남 S대는 미달 학과에 중장년층을 대거 등록시키거나 학교에 다니지 않는 학생도 학적에 그대로 두는 ‘유령 학생’을 양산하다 들통이 났다.

▶한국 신입생을 구하지 못하는 대학들은 외국인 학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역 거점 대학인 전북대조차 외국인 학생 5000명 유치를 목표로 뛰고 있을 정도다. 유학생 국적도 중국 위주에서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와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적이 늘고 있다. 진짜 유학생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동해안에 있는 한 사립대 캠퍼스엔 아예 한국 학생이 없다. 대신 네팔 등 20여 개국에서 온 유학생 1500여 명이 등록돼 있다. 외국인 전용 캠퍼스가 된 것이다. 대학 관계자는 “우리 대학에 등록하고 일을 하는 사람들이 없으면 이 지역 경제가 돌아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방 사립대 교수들이 보험 모집인처럼 고교를 찾아 학생을 모집하는 것은 일상이 됐다. “연구는 사치”라고 한다. 연구 실적 대신 고교 방문 횟수 등으로 평가받는다. 얼마 전 부산의 한 사립대 교수는 “학생 모집하러 고교 교무실에 들어가면 선생님들이 잡상인 보듯 한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원서를 제출한 학생들에게 “꼭 등록해달라”고 전화를 돌리는 것도 교수 몫이다.

▶광주광역시의 한 사립대에서 교수들이 학과 폐지를 막으려고 학생 대신 시험을 쳐주다가 적발됐다. 학생들이 성적 미달로 제적돼 학과가 없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대학이 ‘벚꽃 피는 순서로’ 망한다더니 아직까지 문 닫은 대학은 많지 않다. 전국에 ‘좀비 대학’이 널려 있는 것이다. 부실대학 퇴출을 위한 ‘사립대 구조 개선법’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 8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대학 폐교 후 재산을 정리하고 남은 금액의 15%를 설립자에게 돌려줄 수 있는 내용이다. 이 법 시행 이후엔 좀비 대학, 유령 학생과 같은 어이없는 뉴스가 대폭 줄었으면 한다.

일러스트=이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