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의 꿈의 무대인 뉴욕 링컨센터에서 벌어진 일이다. 뉴욕 필하모닉이 말러 교향곡 9악장의 고요한 종결부를 연주하는 순간, 객석에서 아이폰 특유의 벨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죽음을 앞둔 엄숙한 순간이었는데 통통 튀는 타악기의 소리가 터져 나온 것이다. 지휘자 앨런 길버트는 연주를 중단시켰고, 벨소리가 꺼질 때까지 그 관객을 응시했다.
▶ 관크는 ‘관람 크리티컬’의 합성어다. 관람에 치명적(critical) 방해를 줬다는 의미다. 휴대폰 벨소리·화면 불빛의 ‘폰크’, 옆사람과의 ‘수다크’, 과하게 끄덕이며 시야를 가리는 ‘수긍크’도 여기 포함된다. 최근 예술의전당의 임윤찬 공연에서도 최악의 관크 시비가 벌어졌다. 라벨 협주곡의 섬세한 피아노 독주였는데, 객석에서 우렁찬 남성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유튜브 정치 방송이 스마트폰을 통해 중계됐다고 한다.
▶객석에 앉아 있던 관객 300여 명이 엊그제 입장문을 내고 환불과 보상을 요구했다. 해당 공연의 티켓 가격은 최고 45만원. 클래식 공연의 가치는 연주자와 관객이 함께 만드는 ‘정적’과 ‘몰입’에 있다. 기획사와 공연장이 이를 관리하지 못해 ‘불량 상품’을 판매한 셈이다. 이들은 가해 관객 제재도 요구했다. 유튜브 방송은 30초가량 지속됐고, 그 관객은 퇴장 과정에서도 소음을 일으켜 빈축을 샀다. 임윤찬은 연주 도중 힐끗 그쪽을 쳐다봤지만, 연주를 멈추지는 않았다고 한다.
▶물론 예술가들도 앉아서 당하지는 않는다. ‘피아노의 철학자’로 불리는 안드라스 쉬프는 연주 도중 관객의 기침 소리가 멈추지 않자 객석을 향해 “기침을 다하실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라며 침묵 시위를 벌였다. ‘건반 위의 완벽주의자’로 불리는 크리스티안 짐머만은 휴대폰으로 도둑 촬영하는 관객을 발견하자 연주를 중단한 뒤 “유튜브가 내 음악 인생을 망치고 있다”며 공연장을 나가버렸다.
▶예술의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도 골머리를 앓는다. 전파 차단 장치까지 검토했지만, 긴급 구조나 통신 방해를 금지하는 현행법과 충돌한다는 것이다. 관객 스스로 참사를 예방할 수밖에 없다. 휴대폰 ‘비행기 모드’만 믿었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이다. 설정해 둔 알람은 상관없이 울린다. 또 스마트폰 최신 기종은 비행기 모드에서도 와이파이가 잡힌다. 유튜브나 카톡 알림이 튀어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확실한 방법은 전원을 끄는 거다. 귀찮다면 상상해 보라. 임윤찬 공연 도중 내 휴대폰이 울리고, 모든 관객이 나만 쳐다보는 상황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