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작전 ‘한밤의 망치’를 지휘한 댄 케인 합참의장은 호전적인 성품으로 유명하다. 공군 조종사 시절 그의 콜사인(호출 부호)은 레이진(Raizin)이었다. 발음이 비슷한 레이징 케인(Raising Cane·소동을 일으키다)이라는 관용어에서 비롯됐는데, 전투기를 거칠게 몰았던 탓에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콜사인대로 이란 핵시설 공습이라는 과감한 작전을 지휘했다.
▶조종사들을 부르는 콜사인의 유래는 불분명하다. 전투기에서 통신이 가능해지자 적에게 조종사의 본명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 생겼다는 설, 긴박한 공중 작전 중에 소통을 하는 데엔 이름 대신 짧고 명확한 콜사인이 효과적이었다는 설 등이 있다. 2차 대전을 거치며 콜사인은 전투기 조종사들에게 제2의 이름이 됐다.
▶콜사인은 조종사의 동료나 훈련 교관이 지어준다. 이름이나 신체적 특징, 성격 등에서 착안해 만드는 경우가 많다. 통통한 체격은 팻맨(Fatman), 마른 체격은 스킨(skin)이라는 식이다. 2차 대전 때 뇌격기를 조종한 조지 부시(아버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콜사인이 스킨이었는데 188㎝에 바짝 마른 체격이었다고 한다. 실수에서 콜사인을 따오는 경우도 있다. 방향 감각이 부족해 ‘노자이로(No Gyro)’라는 콜사인이 붙은 조종사도 있다. 감추고 싶은 약점이 콜사인으로 박제돼 버린 경우다. 그래도 조종사들이 한번 정해진 콜사인을 바꾸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가장 유명한 콜사인은 영화 탑건 주인공의 ‘매버릭’일 것이다. ‘아직 낙인이 안 찍힌 송아지’라는 뜻인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단아라는 의미라고 한다. 영화 속 매버릭의 라이벌 조종사는 ‘아이스맨’이다. 냉철하고 원칙적인 탓에 붙은 콜사인이다. 현실에서는 베트남전의 전설적인 조종사 로빈 올즈의 ‘울프’가 유명하다. 그가 지휘한 제8전투비행단 전체가 울프 팩(Wolf Pack·늑대 무리)으로 불릴 정도였다.
▶이달 초 미국 상원에서 ‘소주(Soju)’라는 조종사 콜사인이 등장했다. 공화당 톰 코튼 상원의원이 자신의 의원실에서 파견 장교로 근무한 ‘섀넌 소주 비어스 중령’을 특별히 치하하고 싶다며 회의 중에 헌사를 한 것이다. 한국 오산 공군기지에서 세 차례 근무했는데, 그 과정에서 소주라는 콜사인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그의 성(姓)인 ‘비어스(Beers)’와 합치면 ‘소맥’이다. 주한 미군 조종사들 중에는 김치·라면 등의 콜사인도 흔하다고 한다. 한미 동맹의 한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