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 저는 선택 제왕 할래요” 요즘 산부인과 진료실에서 흔히 들리는 말이다. 의학적인 이유로 제왕절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산모가 원해서 할 때를 ‘선택 제왕절개’라고 부른다. MZ세대 산모 상당수가 ‘선택’을 택한다. 의사들은 이를 MBTI 유형과 연계해 해석하곤 한다. 계획형(J)은 즉흥형(P)과 달리 진통이 언제 일어나고, 분만이 몇 시간 걸릴지 모르는 자연분만보다는 날짜와 시간을 정해 놓고 사전 설계가 가능한 제왕절개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갓 태어난 아기 얼굴을 산모보다 분만실 밖에서 기다리던 아빠가 먼저 보게 돼요” 산모 전신마취로 제왕절개를 하던 때 나온 말이다. 요즘은 척추마취로 하복부 이하만 통증을 못 느끼게 하기에, 수술 시 산모 의식은 또렷하다. 그래도 마취가 태아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하려고, 산모 배 아래 ‘비키니 절개’를 하고, 자궁 하부를 갈라 태아를 꺼내기까지 대략 5분 걸린다. 그 뒤 엄마와 아기 첫 만남이 이뤄진다.

▶지방 중소도시에 사는 37세 산모는 임신성 고혈압이 생겨 급히 조기 출산을 하지 않으면 산모와 태아 둘 다 위험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그 지역에 고위험 산모 제왕절개를 해주는 곳이 없었다. 산모 돌볼 마취과 의사도 없고, 태어날 미숙아 봐줄 소아과 의사도 없기 때문이다. ‘전화 뺑뺑이’ 끝에 두 시간 차를 몰고 서울에 와서 간신히 제왕절개를 받았다. 분만 인프라가 무너지면서 원정 제왕절개도 빈번하다.

▶요즘 의사들은 ‘사법 의학’에 떤다. 전국에 소아외과 의사는 50여 명뿐인데도, 장이 꼬여 구토를 하던 아기의 응급 수술을 소아외과가 아닌 일반외과 의사가 했다가 망쳤다는 이유 등으로 10억원 배상 판결이 나왔다. 이후 전국에 소아 수술 기피 현상이 벌어졌다. 무리하게 자연 분만을 하다 사고가 났다는 판결이 잇따르자, 분만병원에서는 웬만하면 바로 제왕절개로 직행한다. 의료소송이 산부인과 의사들을 ‘부인과 의사’로 만들고 있다.

▶지난해 분만 건수(23만여건) 가운데 제왕절개가 15만여 건으로 전체 출산 셋 중 둘을 차지했다. 역대 최대다. 40%에 이르는 35세 이상 고령 산모, 세계 최고 수준의 쌍둥이 출산, 사법 리스크 등으로 제왕절개 전성시대가 됐다. 분만이 수술이 되는 것은 예외여야 한다. 자연분만이 더 회복이 빠르고, 감염이나 장유착이 적고, 다음 임신에 안전하다. 자연분만 호흡 교실, 산모·태아 교육, 무통 분만, 방어 진료 개선 등으로 ‘선택 자연분만’을 늘리는 분위기를 만들었으면 한다.

/이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