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대전 독일군 부사관이었던 히틀러는 1919년 창당한 독일 노동자당(DAP)을 염탐하는 첩자로 DAP 집회에 참석했다가 오히려 민족주의 강령에 매료됐다. DAP에 입당해 선동적인 연설로 당권을 장악했고 당명을 국가사회주의 독일 노동자당(NSDAP)으로 바꿨다. 국가를 뜻하는 ‘National’의 독일 발음 ‘나치오날’을 줄여 ‘나치’라 부르게 됐다.
▶히틀러는 정권 장악 과정에서 친위대를 동원해 정적을 암살했고 집권 후엔 공포 통치로 정적을 탄압했다. 2차 대전 6년 전부터 곳곳에 수용소를 지어 집시·동성애자·상습 범죄자를 사회의 낙오자란 이유로 가두고 죽였다. 정적은 더 잔인하게 죽였다. 목이 부러져 즉사하지 못하게 천천히 숨이 막히는 방법을 고안했다. 주민들을 소집해 이를 보게 했다. 깨끗한 목욕실이라고 속인 가스실에 유대인을 몰아넣고 천장 구멍으로 독가스를 투입했다.
▶미국 역사학자 티머시 스나이더는 저서 ‘피에 젖은 땅’에서 나치가 집권한 1933년부터 2차 대전이 끝날 때까지 히틀러와 스탈린이 유대인 등 민간인 1400만명을 살해했다고 썼다. 일부 학자는 전쟁 발발 후 독소 전쟁에서 전사한 군인을 더하면 최대 4000만명이 두 사람 손에 희생됐다고 추정한다. 아리아 민족주의를 앞세운 히틀러와 노동자 계급의 독재를 모토로 삼는 스탈린은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전체주의에 빠져 사람 목숨을 하찮게 여긴 것은 같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국무회의에서 “쿠데타를 일으켜 나라를 뒤집는다든지 국가 권력으로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에 대해 나치 전범을 처리하듯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나치’ 언급에 “섬뜩했다”는 사람들이 많다. 국민의힘도 그간 여러 차례 이 대통령은 히틀러, 나치라고 비난했다. 서로가 상대를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만행을 저지른 악인과 나치당에 비유했다. 아무리 정치적 언사라 해도 도를 넘었고 역사적 사실과도 맞지 않는다.
▶외국 학자들은 한국인의 언어가 너무 극단적이라고 지적한다. “죽인다”는 말을 상대 면전에서 아무렇지 않게 하는 걸 보고 기겁한다. 과거 분쟁을 총칼로 해결하던 유럽이나 일본에선 “죽인다”고 말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했다. 사무라이 시대 일본에선 말을 잘못하면 죽어야 했다. 그 문화가 지금도 남아서 극도로 말조심을 한다. 반면 무력을 포기하고 사대를 택한 조선은 말을 칼처럼 썼다. 싸움을 말로 하면서 말이 극단적으로 흘렀다. 서로 ‘나치’라고 비난하는 것을 보면서 이들이 나치가 무엇인지 알고 하는 말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