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인도 철강 재벌 락슈미 미탈이 딸 약혼식을 위해 베르사유 궁전을 통째로 빌려 일주일간 축제를 열었다. 하객 초청용 전세기만 12대, 당시 돈 6000억원을 썼다. 얼마나 호화로웠던지 언론 기사 제목이 “아빠, 나 에펠탑도 사줘”였다. 얼마 전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회장의 막내아들 결혼식엔 이재용 삼성 회장을 비롯해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등도 참석했다. 축가를 불러준 팝스타 저스틴 비버에게 1000만달러(약 140억원)를 줬다. 상상 초월의 인도 부자들 모습이다.
▶일상은 더 비현실적이다. 이재용 회장을 만나러 방한했던 무케시 암바니 회장의 뭄바이 저택은 27층짜리다. 층고가 높아 60층짜리 아파트 높이(173m)다. 암바니 일가 10여 명이 사는데, 관리 직원만 600명이다. 헬기장 3개, 50석 영화관에다 한여름에도 눈을 즐길 수 있는 ‘스노 룸’도 갖췄다. 한 달 전기료만 2억원이 넘는다. 집이 아니라 ‘왕궁’이다.
▶자산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이상 인도 부자(富者)는 200명이다. 미국(813명)과 중국(406명)에 이은 ‘3강(強)’이다. 자산 1000억달러(약 140조원)를 넘나드는 암바니와 아다니가 양대 산맥이고, 뒤를 잇는 여성 최고 부호인 사비트리 진달은 61조원, IT 거물 시브 나다르도 56조원 등이다. 한국 최대 부호의 자산이 15조원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체급이 다르다. 빈부격차란 짙은 그늘 속에서 인도 부자들의 자본 축적 속도와 규모는 놀라울 정도다.
▶돈 버는 방식도 다르다. 한국·일본 재벌이 스마트폰이나 자동차를 수출해 부를 쌓았다면, 인도 부자들은 ‘내수 기반’이다. 변변한 수출 브랜드 하나 없지만, 14억 인구가 먹고, 쓰고, 이동하는 모든 길목을 장악했다. ‘톨 게이트(toll gate) 비즈니스’라 불리는 이유다. 아다니는 항만과 공항을, 암바니는 통신과 정유를 독점한다. 정부가 소수 대기업에 인프라 사업권을 몰아주는 올리가키(과두제) 성장 모델이다. 14억명에게 1000원씩만 남겨도 1조4000억원이니 인도 부자들이 내수 시장 밖을 쳐다볼 이유가 별로 없다.
▶무케시 암바니 회장이 당일치기 일정으로 방한해 삼성 관계자들을 만나고 갔다. 인도 전역에 깔린 4G(세대) 통신망을 삼성과 함께 깔았던 그는 이제 6G와 AI 시대를 준비 중이다. 중국이 그랬듯, 인도도 거대한 내수 시장을 발판 삼아 폭발적 성장 중이다. 부(富)를 싣고 달리는 그들의 열차에 동승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