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를 만든 일론 머스크는 구글이 AI 세상마저 지배할까 봐 두려웠다. 이세돌을 바둑으로 누른 딥마인드를 2014년 구글이 인수하자, 머스크는 샘 올트먼과 힘을 합쳤다. 오픈AI의 시작이다. 오픈AI가 2022년 챗GPT 3.5를 대중에게 공개하고 월간 사용자 1억명을 돌파했을 때, 구글은 사내에 ‘코드 레드’를 발령했다.

▶1년 뒤 구글은 자신의 첫 대화형 AI 모델인 ‘바드’ 시연회를 가졌다. 하지만 망신이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새로운 발견은 뭐냐”고 물었을 때 바드는 엉뚱한 별 이름을 댔다. AI의 잠재력에 막 눈을 떴던 대중은 크게 실망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주가는 폭락하며 하루 새 1000억달러가 증발했다. 사람들은 인터넷 시대의 제왕을 ‘늙은 공룡’이라 비웃었다.

▶절치부심하던 구글이 엊그제 새 모델 ‘제미나이 3.0’과 이미지 생성 모델 ‘나노바나나 프로’를 하루 간격으로 공개했다. 전자가 구글 AI의 ‘두뇌’라면 후자는 시각적 창작물을 생성하는 ‘손’이다. 이번 반응은 비웃음 대신 열광이다. 박사 학위 수준 추론 평가인 ‘인류의 마지막 시험’에서 제미나이 3.0은 챗GPT 5.1 등 각 사 최고 모델을 압도했다. 나노바나나 프로는 한글로도 훌륭하게 명령을 수행한다. ‘세운상가 옥상에서 본 종묘 보여줘’라고 명령을 내리면 실제로 그곳에서 찍은 듯한 사진을 순식간에 완성한다. 사용자들은 “구글이 각성했다”며 격찬을 보내고 있다.

▶구글이 놀라운 또 다른 이유는 엔비디아 GPU를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체 개발 칩인 TPU를 쓴다. AI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필요한 모든 핵심 요소를 외부 의존 없이 자체 설계·통합한다는 뜻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한 줄로 꿴 초유의 AI 수직 계열화다. 요즘 엔비디아 주가가 비실비실한 진짜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주장도 있다. 게다가 ‘AI 시대의 석유’로 불리는 데이터를 구글만큼 소유한 기업은 없다. 유튜브, 구글 검색, 구글 지도에 G메일 데이터까지.

▶샘 올트먼은 제미나이 3.0을 사용해 본 뒤 대중 상대 X(구 트위터)에 “훌륭한 모델”이라고 썼다. 그리고 사내 메신저에는 이렇게 썼다. “당분간은 분위기가 좋지 않을 듯. 빠르게 따라잡아야 한다.” 이번에는 오픈AI의 ‘코드 레드’다. 그동안 구글에 일언반구 없던 머스크까지 자신의 X에 “축하한다”는 말을 남겼다. ‘왕의 귀환’일지는 모르겠지만 교훈은 분명하다. 혁신의 세계에서 방심은 금물이다.

일러스트=이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