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국회에 ‘국민과 함께하는 민의의 전당’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높이 7m, 무게 65톤의 대형 돌이 세워졌다. 개원 60주년을 기념한다는 명분이었고, 이 돌에는 당시 국회의장과 사무총장 이름이 새겨졌다. 그러나 2억1000만원이 든 이 조형물은 모양 때문에 ‘남근석’으로 불렸고, 다음 국회의장은 “흉측하다”며 치우라고 했다. 이 돌은 지금 인적이 드문 곳에 흉물로 남아 있다.
▶2015년에도 국회에 8000만원을 들여 과일나무 조형물을 세웠다가 치웠다. 고추, 포도, 감자, 가지가 한데 어울린 모양처럼 정치도 어울리자는 취지라는데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는 정권이 바뀌고 의장이 바뀔 때마다 새 조형물을 만들고 허물고 치운다. 국정감사 기간 상임위원장 딸 결혼식이 열렸던 한옥처럼 새 건물과 조형물은 누구의 업적으로 기록된다. 자기 돈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작년 12월 3일 계엄 이후 국회가 또 조형물을 추가하고 있다. 지난 77주년 제헌절에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는 문구가 새겨진 대형 돌이 세워졌다. 뒷면에는 “국회가 계엄군을 막고 계엄을 해제시켰다”는 글을 새겼고, 밑에는 국회의 각종 자료를 넣고 100년 뒤에 개봉하겠다며 ‘타임캡슐’을 묻었다.
▶이것으로 부족했는지 계엄 1주년을 앞두고 ‘국회 다크 투어’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다크 투어는 어두운 역사나 범죄 현장을 찾는 여행으로 역사의 교훈을 찾기 위한 것이다. 아우슈비츠, 체르노빌, 킬링필드 해골 전시관이 대표적이다. 국회 다크 투어의 기획자는 탁현민씨다. 그는 계엄군이 헬기에서 내린 장소, 의원들이 담을 넘은 곳, 유리창이 깨진 곳 등이 투어 코스로 검토되고 있다고 했다. 우원식 의장이 넘었던 벽에 조형물을 만들면 훼손될 수 있다며 아예 헐어버리는 방식으로 기억하겠다고 했다. 내년부터 제헌절은 다시 공휴일로 지정된다. 18년 만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계엄 사태를 이유로 공휴일 재지정을 지시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헌법 위반으로 파면됐고, 그에 대한 법적 책임도 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권력은 헌법을 잘 지키고 있는가. 공무원 부역자를 가린다며 영장도 없이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겠다고 한다. 대법원을 손본다며 내란 재판부, 4심제, 판검사 처벌을 위한 ‘법 왜곡죄’ 등 각종 위헌적 법률을 추진하고 있다. 대장동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들을 파면하고 강등시키려 한다. 모두 헌법 위반 문제가 제기된다. 계엄 1년에 진짜 필요한 건 누구나 헌법을 준수하겠다는 다짐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