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약칭은 ‘더 메트(The Met)’다. 단순한 약칭이 아니라, 자체로 강력한 고유명사다. 세계 미술계의 독보적 존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재클린 케네디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미술관’, 미셸 오바마는 ‘세계의 진정한 보물창고’로 불렀다. 메트 경비원 10년의 삶을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패트릭 브링리는 “무질서한 세상, 우리를 치유하는 영원의 피난처”로 추앙했다. 귀족과 평민, 왕자와 거지가 모두 사랑한 ‘예술의 궁전’이었다.
▶지난해 세계 박물관·미술관 방문객 수 톱10에서 메트는 4위다. 루브르 박물관, 바티칸 박물관, 대영 박물관이 그 앞에 있다. 하지만 미술관의 이름으로는 573만명으로 최고다. 영국 테이트모던(460만)과 내셔널갤러리(409만), 프랑스 오르세(375만)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잠실 올림픽경기장 3배 규모에 소장품이 200만점이다. 박물관 성격도 있지만, 메트의 본령은 역시 미술이다.
▶메트의 첫 한국 공식전이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14일 개막했다. 소규모나 특별전 일환으로 메트의 일부 작품이 온 적은 있지만, 메트가 소장한 핵심 유럽 걸작을 대규모로 공개하는 건 처음이다. 은행가 로버트 리먼의 수집품을 중심으로 인상주의와 초기 모더니즘 회화·드로잉 81점을 내년 3월까지 선보인다.
▶예술 향유는 개인의 취향이지만 두 작품을 우선 추천하고 싶다. 르누아르의 ‘피아노 치는 두 소녀’와 피에르 오귀스트 코의 ‘봄’이다. “그림은 아름답고 즐겁고 예쁜 것이어야 한다. 세상엔 이미 불쾌한 게 너무 많다”는 세계관을 가진 르누아르는 안방 창문 크기의 유화를 통해 예술은 비애만이 아니라 행복도 그린다는 사실을 윽박지르지 않고 설득한다. 파리 살롱의 수퍼스타였던 낭만주의 대가 코의 ‘봄’은 순수한 에로티시즘 그 자체다. 현관문보다 큰 캔버스에서 서로를 애틋하게 포옹하는 젊은 연인들은 그 자체로 순수한 관능이자 위풍당당한 생명의 봄이다.
▶이번 전시에는 세잔의 ‘목욕하는 사람들’ 고흐의 ‘꽃피는 과수원’ 등 한국인이 사랑하는 인상주의 작품들이 가득하다. 은행가 리먼은 자신이 모은 작품을 모두 기증하고 1969년 세상을 떠났다. 돈도 인생도 유한하지만, 예술은 영원한 법. 역시 뉴욕에 있는 미국문학예술아카데미(AAAL)의 청동문에는 이런 구절이 적혀 있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오직 예술만이 지치지 않고 우리와 함께 머문다. 예술의 문을 통해 우리는 행복한 신전으로 들어간다.” 뉴욕까지 가지 않고도 행복한 신전으로 발을 들일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