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가장 중요한 시험인 과거에 부정행위가 적지 않았다. 답지를 대신 써주는 전문가 ‘거벽(巨擘)’이 성행할 정도였다. 조선 후기 이옥이 지은 한문 소설 ‘유광억전’은 거벽으로 활약한 유광억 이야기다. 시험 감독관이 조사해보니 장원부터 3등까지 모두 그가 적은 시험지였을 정도였다. 작은 책자나 종이에 필요한 내용을 빽빽하게 적어 들어가는 ‘협책(挾冊)’도 있었는데 ‘커닝 페이퍼’의 원조인 셈이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부정행위도 진화했다. 손바닥과 책상 등에 예상 답을 적어두는 대신 기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2005학년도 수능에선 일명 ‘선수’가 시험장 안에서 몸에 부착한 통화 상태 휴대폰을 정답 번호 숫자만큼 두드렸다. 그러면 시험장 밖 후배들이 그 답을 다른 수험생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부정행위를 했다.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 관련자 314명의 성적이 무효 처리됐다. 이 사건 이후 시험장에 모든 전자 기기 반입을 금지했다.
▶중국 대입 시험인 ‘가오카오(高考)’는 학생들 인생이 걸려 있는 시험이라 경쟁이 치열하다. 부정행위에 등장하는 장비도 기상천외하다. 펜촉에 적외선 센서를 탑재해 영어 단어를 자동으로 번역해주는 특수 펜, 정답 수신 기능이 있는 자, 옆자리나 뒷자리 답안을 확인할 수 있는 특수 안경 등이 나오고 있다. 딥시크 등 중국 AI 기업들은 가오카오 기간에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아예 시험 문제 사진을 올리면 문제를 풀어주는 기능 자체를 중단시킨다.
▶‘챗GPT’ 등 인공지능(AI)이 등장하면서 마음만 먹기 따라 커닝은 너무나 손쉬워졌다. 재작년 서울의 한 사립대에선 책과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는 ‘오픈북’ 방식의 시험이 치러졌다. 취업 준비하느라 수업을 제대로 듣지 못한 한 학생은 그저 챗GPT가 알려준 대로 답을 적어냈는데 80명 중 22등을 했다. “수업을 열심히 들은 친구는 24등을 했더라”며 양심에 걸렸다고 했다.
▶연세대 한 강의의 중간고사에서 집단적인 부정행위가 발견됐다고 한다. 담당 교수가 적발된 학생들의 점수를 모두 0점 처리하겠다고 공지했다. 시험은 온라인 사이트에 접속해 객관식 문제를 푸는 방식이었는데, 적지 않은 학생이 몰래 챗GPT 등 AI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과목이 ‘자연어 처리(NLP)와 챗GPT’라는 것도 아이러니다. AI와 함께 살아야 하는 시대에 무조건 못 쓰게 막는 수는 없는 일이다. AI를 효과적으로 쓰는 능력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시험 자체를 바꿔야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