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1조달러(약 1450조원) 규모 성과 보상안이 테슬라 주총에서 75%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스웨덴·아르헨티나 GDP(국내총생산)보다 많고 사우디아라비아(1조2400억달러)와 맞먹는 규모로 국가별 순위 21위에 해당한다. 미국 국방 예산(약 8900억달러)보다 많다. 인류 역사상 한 개인에게 이런 보상은 없었다.

▶로마제국의 아우구스투스 황제나 중국의 진시황은 당대 지구 최고 부자였다. 하지만 그 재산은 세금 징수권과 영토였다. 사우디의 실권자 빈 살만 왕세자가 움직이는 국부펀드(PIF) 자산은 1000조원이 넘지만, ‘왕가’의 몫이지 개인 소유는 아니다. 머스크는 회사 시가총액을 지금보다 6배인 8조5000억달러까지 올려야 성과급을 받는다. 머스크는 2018년에도 시총 600억달러의 테슬라를 10년 안에 10배가 넘는 6500억달러로 키우면 560억달러(약 75조원)어치 성과급을 받기로 했었다. 애플 팀 쿡의 스톡옵션(약 3억7000만달러)을 압도했다. 월가는 ‘공상’이라 비웃었지만 그는 6년도 안 돼 조기 달성했다.

▶머스크가 ‘1조달러’ 보상을 원한 이유는 개인 돈벌이 때문은 아니라고 한다. 그는 “테슬라의 인공지능(AI)과 로봇 군단을 통제하기에 충분한 지분이 필요하다”고 말해왔다. 미래 기술의 방향키를 쥘 ‘확실한 경영권’을 원한 것이다. ‘보상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회사를 떠날 수 있다’는 그의 발언은 이사회와 주주들에게는 협박이자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지금 13% 수준인 머스크의 테슬라 지분은 1조달러 성과급을 주식으로 받으면 25%까지 올라가게 된다.

▶이번 표결 과정도 흥미롭다. 노르웨이 국부펀드 등 기관 투자자들은 “터무니없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하지만 테슬라 주가에 울고 웃는 ‘개미 투자자’들은 열광적 지지로 화답했다. ‘머스크가 곧 주가’라는 팬심이 기관의 이성을 압도한 것이다. 그들은 머스크가 자신들의 재산을 불려줄 구원자로 여기는 듯하다. 최근 주가가 하락하던 테슬라는 이 소식이 전해지자 시간 외 거래에서 반등했다. 시장은 이 도박에 일단 환호한 것이다.

▶AI 시대는 한 명의 천재가 인류의 부를 재편할 수 있는 시대다. 한 사람의 비전이 수억 명의 삶을 좌우한다. 이런 시대에 과연 적절한 성과급의 한계는 어디까지일지도 궁금해진다. 머스크의 1조달러는 능력주의 보상의 정점일까, 아니면 시장의 광기가 빚어낸 거품일까. 두고 볼 일이다.

일러스트=이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