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심장’으로 불리는 뉴욕의 시장에 인도계 ‘조란 맘다니’(34)가 당선됐다. 1950년대 아시아계 최초 미 연방 하원 의원 달립 싱 사운드, 2000년대 첫 인도계 주지사 보비 진덜이 길을 닦은 이래 인도계는 백악관(해리스 부통령), 공화당 대선 주자(헤일리 전 UN대사)까지 미 정치의 핵심부로 진입 중이다. ‘러스트 벨트’ 실세 밴스 미 부통령의 아내 우샤도 인도계다.

▶이들의 발판은 실리콘밸리였다.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등 CEO를 필두로, ‘실리콘밸리 엔지니어 3명 중 1명은 인도계’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실리콘밸리가 ‘IC 밸리(인도·중국 밸리)’로 불린 지 오래고 “웬만한 빅테크 기업에서 승진 라인은 인도계가 꽉 쥐고 있다”는 말도 공공연하다. ‘영주권 없는 인도인(Non-Resident Indian)’이란 뜻의 NRI로 불렸던 이들은 ‘절대 돌아가지 않는 인도인(Never Returning Indian)’으로 바뀌며 경제 파워를 정치 파워로 확대시키고 있다.

▶미국만이 아니다. 인도를 식민 지배했던 영국에선 리시 수낵 총리가, 아일랜드에선 리오 버라드커 총리가 나왔다. 싱가포르 대통령(타르만), 캐나다 국방장관(어니타 어낸드) 등 영연방 곳곳의 요직을 꿰찼다. 최근까지 포르투갈의 총리도 인도계였다. 유엔 사무처 내 국장(D-1)급 이상 고위직에서 인도 국적자는 P5(안보리 상임이사국)를 제외하면 최상위권을 차지해 왔다. 지금도 전 세계 PKO(평화유지군)의 물류·재정을 총괄하는 사무차장 같은 유엔 핵심 요직은 인도계가 잡고 있다. 각종 다자 외교 무대에서 인도인은 ‘마이크를 잡으면 놓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유독 인도계가 다른 아시아계를 넘어 정치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아시아계가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에 만족할 때, 이들은 CEO와 정치인을 향한 야망을 숨기지 않는다. 아시아계 중 영어가 기본인 데다 인도 특유의 치열한 토론 문화, ‘판디트 사바(Panditsabha)’로 다져진 자기 관철 능력이 있다. 때로는 뻔뻔할 정도로 집요하게 자기 몫을 요구해 받아내는 기질이 서양 사회에서 무기가 되기도 한다.

▶인도계 맘다니 뉴욕 시장 당선엔 전 세계에 퍼진 3200만 NRI의 힘이 또 다른 배경이다. 1600만명의 유대계, 6000만명의 화교(華僑)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거대한 세력이다. 교육과 자본, 정치력까지 갖춘 이들이 21세기 국제 정치 지형에 미칠 영향은 이제 시작인 것 같다.

일러스트=이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