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는 “한국 국민을 기쁘게 할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대만과 중국은 자주 찾지만 최근 한국을 들르지 않은 그의 선물이 뭘지 국내 산업계가 주목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 총수는 그가 ‘찜해 놓은’ 치킨집으로 달려갔다. 1990년대 서울 용산전자상가에서 제품을 홍보하던 젠슨 황의 ‘금의환향’이었다.

▶엔비디아는 사업 초기부터 한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게임 그래픽카드라는 제품을 팔기에 인터넷 강국이자 게임 강국인 한국은 최적지였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카드를 넘어 1999년 처음으로 GPU(그래픽처리장치)라 부르는 제품인 지포스256을 내놨는데, 여기에 삼성전자의 그래픽용 D램인 GDDR을 탑재했다. 젠슨 황은 30일 열린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서 1996년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게서 편지를 받은 추억을 이야기하며, “한국은 엔비디아의 심장부에 있고, 여러분은 엔비디아의 시작점에 있다”고 했다.

▶엔비디아는 2002년 삼성전자가 개최한 제2회 세계 사이버 게임즈(WCG) 스폰서로 나서고, 2010년엔 젠슨 황이 직접 용산을 찾아 엔비디아 교육센터를 열었다. 그해 한국에서 열린 게임사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2 글로벌 출시 행사에도 참석했다. 그만큼 한국의 게임 열풍은 엔비디아의 직접적인 ‘캐시카우’였다. 엔비디아는 2014년부터 자사 GPU를 사용하는 한국 PC방에 ‘엔비디아 공식 인증 PC방’ 마크를 주는 인증제를 시행하기도 했다. 당시 엔비디아의 연간 매출은 현재 분기 매출의 10분의 1도 안 되는 35억달러였다. 주가는 0.4달러였다. 지금 주가는 200달러가 넘는다.

▶젠슨 황 CEO는 K컬처와 K푸드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국 닭요리를 좋아한다. 미 실리콘밸리의 샌타클래라 한국식 K치킨집에서 치킨을 사가는 것을 봤다는 목격담이 많다. 한국 기업인들을 만나면 삼계탕집도 자주 간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는 30일 이재용, 정의선 회장을 만난 치킨집에서 “친구들과 치맥을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젠슨 황 CEO가 두 회장과의 만남 장소로 ‘깐부 치킨’을 고른 이유도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영향이 크다. 그는 “이제 아무도 팝이나 로큰롤, 재즈를 듣지 않는다. 세계인이 지금 뭘 듣는지 아는가? K팝이다”라며 K문화를 언급했다. 젠슨 황 CEO는 이, 정 회장에게 준 선물에 “우리의 파트너십과 세계의 미래를 위해”라고 적었다. 엔비디아와 한국의 길고 질긴 윈윈 관계를 기대한다.

일러스트=김성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