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우리 교포나 유학생들이 김밥을 싸서 공원에 가면 미국인들이 얼굴을 찌푸렸다. 태운 종이처럼 생긴 이상한 식재료에 밥을 담아 먹는다고 수군거렸다. 입속에 달라붙는 식감에 불쾌감을 갖는 데다 동양인들에겐 고소한 김 맛이 서양인에게는 비린내로 느껴졌다. 노골적으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 맞느냐”고 묻기도 했다.
▶25~26일 경북 김천에서 열린 김밥 축제에 15만명이 몰렸다. 외국인도 적지 않게 보였다. 지난해 3만명을 예상하고 준비했는데, 10만명이 몰려 ‘김밥 없는 김밥 축제’라는 오명을 얻었다. 올해 10만명을 예상하고 준비했는데 또 예상을 뛰어넘었다. 김천시 인구 13만명을 넘는 사람들이 몰린 것이다.
▶김천시는 원래 김밥과 인연이 없었다. 2023년 김천시는 관광 트렌드를 이끄는 전국 MZ세대를 대상으로 ‘김천’ 하면 뭐가 떠오르냐는 설문조사를 했다. ‘김밥이 떠오른다’는 응답이 1위였다. 젊은 세대들은 분식점 ‘김밥천국’을 줄여서 ‘김천’이라고 부른 지 오래다. 어쩌면 웃어 넘길 수 있었던 연상 작용을 “이거 아이디어다”라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게 김밥 축제의 시작이었다.
▶김밥이 ‘산업’이 된 건 IMF의 아픔이 한몫했다. 1995년 생긴 ‘김밥천국’은 1000원짜리 김밥을 내놓았고 IMF를 전후로 전국적으로 체인을 늘려나갔다. IMF 실직자들이 김밥천국으로 생계 전선에 뛰어든 결과다. 비슷한 김밥 프랜차이즈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25~26일에만 전국 40여 곳에서 원주 만두 축제, 양양 연어 축제, 전주 비빔밥 축제 등 먹는 축제가 열렸지만 김밥 축제가 갖는 의미는 그래서 특별하다. 김밥 먹다가 부모 문자 받고 ‘김천에 있어요’라고 답해 부모를 놀라게 한 세대가 이제 성인으로 축제를 찾았을 것이다.
▶김밥이 이제 세계적인 음식으로 떠올랐다. 한류 열풍을 타고 K푸드도 약진하면서 김밥까지 뜬 지 오래다. 냉동 김밥이 북미와 유럽에서 인기를 끌더니 영화 ‘케이팝 데몬헌터스’ 속 김밥 장면이 화제가 되면서 김밥 인기는 치솟고 있다. 뉴욕에선 한 줄에 2만원짜리 프리미엄 김밥이 팔린다. 김밥은 치즈·참치·돈가스 등 온갖 재료를 품으며 진화했다. 김과 밥이라는 기본 플랫폼에 무엇이든 담아낸다. 이 유연함이 ‘케데헌’을 타고 세계인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한국인의 ‘솔 푸드’가 지구촌의 ‘트렌디 푸드’가 된 것이다. 김밥 축제 대박은 이 놀라운 여정을 축하하는 의미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