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 중 독일 잠수함 유보트는 군함 175척과 상선 2800척을 격침했다. 처칠이 “나를 진정 두렵게 한 건 유보트뿐”이라고 했지만, 유보트 내부 환경은 처참했다. 승조원 50명이 화장실 하나를 썼고, 침대 하나에서 2~3명이 잤다. 디젤 매연 때문에 산소가 부족해 성냥을 그어도 불이 붙지 않았다. 연합군의 잠수함 탐지 능력이 발전하자 유보트는 ‘강철 관(棺)’이 됐다. 승조원 4만명 중 3만명, 75%가 전사했다.

▶현대 잠수함도 환경이 크게 다르지 않다. “문 없는 지하실 30평에서 40~50명이 생활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승조원 1인당 거주 공간은 손원일급 1.2평, 장보고급 1.1평으로, 국내 교도소 독방(1.63평)보다 열악하다. 변기 하나를 15~25명이 같이 쓰고, 3명이 두 침대를 사용한다. 아들과 함께 홍범도함에 근무했던 장교는 “근무 마치고 자러 갔는데 아들이 자고 있었다. 마음이 아팠지만 깨웠다. 나도 자야 하니까”라고 했다.

▶공기와 물도 귀하다. 산소는 적고 이산화탄소는 대기보다 8배까지 올라간다. 산소와 이산화탄소, 디젤 축전지에서 발생하는 수소 관리가 함장의 주요 역할 중 하나다. 출항 때 실은 물은 1주일 치다. 이후 바닷물을 조수기를 통해 염분을 제거해 쓴다. 맛이 없다. 샤워는 못 하고 페트병 2통의 물로 머리 감고 세수하고 양치도 한다. 소리와도 전쟁이다. 공구 하나가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선체를 타고 물속으로 퍼져 수십 킬로미터 밖 적 음파 탐지기에 잡힐 수 있다. 이는 전원 사망으로 이어진다. ‘스텔스 모드’에서는 화장실 사용 금지다. 기침, 재채기, 방귀도 금지다. 볼펜 딸깍거리는 소리, 전등 켜는 소리도 주의한다.

▶먹는 게 유일한 낙이다. 세계 모든 해군이 잠수함에 최고급 식량을 보급한다. 심지어 1996년 강릉 침투 북한 잠수함에서도 미국이 북한에 구호품으로 보낸 쇠고기 통조림이 발견됐다. 한 승조원은 “우리 잠수함에 음식 잘하는 조리장이 오길 기도한다”고 했다. 조리장은 1인 침대를 배정받고 매일 씻는 특권이 있다. 연기를 막느라 거의 찜 요리가 많다.

▶국정감사에서 잠수함 승조원 인력 부족이 지적됐다. 여군까지 투입했지만 역부족이다. 전역자들은 잠수함 근무 수당을 파격적으로 올리는 방법밖에 없다고 한다. 전투기 조종사에 이어 둘째로 높은 수당을 받지만 절대 금액이 크지 않다. 부사관 기준 월 60만~70만원 정도라고 한다. 누가 이 고생을 하겠나. 이대로면 전략 자산인 잠수함을 놀리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일러스트=이철원